국어학계에 박사 4명 탄생|74년 강신항 박사이후 4년만에|학계에 새로운 바람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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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대학교를 중심으로 이희승(85)·이?령(73) 이기문(51) 김완진(50) 박사 등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우리 나라 국어학의 한 계보 속에서 최근 화대 중반의 소장국어학자 4명이 서울대에서 나란히 박사 학위를 취득, 국어학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대학교 후기졸업식장에서 합께 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는 남풍현(46·단국대) 심재기 (43· 서울대) 고영근 (43·서울대) 이익섭 (45· 서울대) 교수 등 4명.
이들 4명 가운데 심재기·이익섭·고영근 교수는 56년 서울 문리대 국문과에 함께 입학한 동창이며 남풍현 교수는 1년 먼저 같은 과에 입학, 모두 국어학을 전공했다.
국어학전공 학자가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56년 강신항 박사(성균관대)·1년 안병위 박사(서울대)이후 4년만에 처음인데 그것도 같은 대의 4명이 한꺼번에 학위를 취득함으로써 국어학계에 새로운 계보 형성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대학에서 이들 4명의 소장 학자를 직접 가르친 원로 국어 학자 이희승박사는『같은 전공의 소장들이 이토록 학문의 원숙을 보여 국어학의 갚은 분야에까지 들어가 있음은 기쁜 일이다』 고 말하면서 이들이 국어학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의 선배이며 역시 국어학 전공인 강신항 박사는 이들이 대학시절부터 재주꾼이었다고 말했다.
고영근 교수는 외솔 최현배 선생 을 능가하겠다는 우직한 포부를 가졌던 학생이었으며 이익섭 교수는 문법을 전공했으면서도 방언으로 학위를 따낼 정도의 재주꾼이었다는 것.
심재기 교수가 의미론에 쏟은 정열이나 남풍현 교수가 한자 묘기에 불태운 집념은 이미 학계에서 잘 알려진 이야기들이다. 남 교수의 학위논문은『차자 표기법 연구」훈민정음이 제정되기 이전에 사용했던 향찰) 이두(이두) 구결(구결)등의 표기법을 연구해온 업적을 평가받았다.
한글 이전의 표기는 그 동안 학자들 간에도 해석이 구구했으나 남 교수는 이번에 이들 표기의 합리적인 해석방법을 찾아냈다. 이로써 우리 나라 고전기록의 해석에 큰 도움을 받게됐다.
심 교수의 논문은『국어 어휘의 통사적 기능 변환에 관한 연구』『품사 전성에 관한 조어법』 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심 교수는 품사가 바뀔 때 문장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느라고 바뀌었으며 그 특징이 무엇인가를 밝혀 냈다. 특히 심 교수는 그간 조어법과 통사론이 별도로 연구해 오던 것을 한자리에 연결시킨 공을 인정받고 있다.
고 교수의 연구논문은 『중세 국어의 시상과 숙법에 대한연구』.
중세 국어의 시제(시제)·서법 등을 말의 어미변화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고 교수의 연구특징은 중세국어를 현대국어의 입장에서 파악했으며 말의 객관적 형태를 분석하여 말하는 사람의 태도 및 의미를 찾아내는 화용 어적 접근을 한 것.
예를 들어「-하도다」는 말하는 사람이 기쁠 때 또는 슬플 때에 쓰는 어미라는 것 등이다.
이 교수의 논문은『영동·영서의 언어분화』. 부제로 『강원도의 언어지리학』이 붙어있다.
이 교수는 방언안구에 구획방법론을·도입, 언어학과 지리학을 최초로 상관시켰으며 방언조사방법에서도 우편물을 이용, 질문·답변하는 방법의 통신 조사를 질시해 자료 수집의 새 방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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