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양 원더스 해체로 패자부활 기회 막혀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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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열정에게 기회를.’ 어제 해체를 선언한 국내 야구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슬로건이다.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은 어제 선수 25명 앞에서 “정말 미안하다. 너희에게 더 이상 기회를 줄 수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야구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고양 원더스의 해체를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 구단이 창단 후 3년간 거둔 96승 25무 61패라는 빼어난 성적 때문은 아니다. 매년 30억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아무런 대가 없이 선수 23명을 키워 프로구단에 보낸 허민 구단주의 선행 때문도 아니다. 고양 원더스가 문을 닫게 되면 어느 프로야구 구단도 품지 않으려는 선수들에게 재기와 부활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닌가 라는 우려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엔 미국이나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엄밀한 의미의 독립리그는 없었다. 프로구단들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거나 구단이 방출한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공간은 원더스가 유일했다. 물론 원더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기존 9개 프로구단이 좀 더 포용력을 발휘하고 도움을 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제도권 밖에 계속 머물면서 미래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하송 원더스 단장의 발언에서 야구계 내부의 알력과 굳건한 기득권의 벽이 묻어난다. 하지만 프로리그의 회원사가 아닌 독립구단을 퓨처스리그에 정식으로 참여시켜주기는 KBO나 프로구단 모두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외국의 독립리그 역시 마이너리그와는 구별돼 있다.

 이제 우리는 원더스의 해체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에도 독립리그가 생존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허 구단주와 같은 독지가가 계속 나와 100억원이나 되는 돈을 쏟아붓는 일은 앞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 기존 프로구단과 독립리그에 소속된 구단들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의미에서 제10 구단인 KT가 2015년까지 1군 진입을 조건으로 여러 개의 독립구단 창설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