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의 해저 유물은|거의 조선조 말기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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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충남 안흥 앞바다 유물선 예비조사의 중간결과는 먹기도 버리기도 어설픈 「닭갈비」(계늑)였다. 이같은 계늑적 존재의 확인은 조사단의 25일 인양유물 12점이 이조 말(18세기말)의 하급품 도자기들이고 이미 신고된 53점의 도자기가 문화재 당국의 싯가 감정결과 모두 12만3천원 어치에 불과하다는 데서부터 굳어졌던 것.
문화재관리국이 예비조사(8월21일∼27일)를 시작하면서 문화재 사건반을 현지에 파견, 주민들로부터 신고를 받은 4점의 유물도 조사결과 갈유사이병은 육지에서 집터를 고르다가 발굴된 것이고 나머지 어망에 걸려나왔다는 도자기들도 인양지점이 전혀 다른 장소인 것으로 밝혀졌다. 안흥 앞바다의 유물선에 대한 기대를 실망시킨 것은 무엇보다도 김금직씨(35·서울용산구 이태원동 227의1·사업)등이 인양, 신고한 도자기와 현지주민 2명이 신고한 유물들이 감정결과 이조말기에 속하는1백년 전후의 별다른 문화재적 가치가 없는 하급품 도자기들이라는 사실이다.
문화재당국의 예비조사는 유물 및 선체의 침몰지점을 확인키 위한 수중탐색작업을 시작한지 5일이 지난 25일에야 가까스로 18세기 이후의 하급 백자들이 산재한 위치와 최근의 침몰어선(주민들의 말)으로 보이는 목선 1척이 있음을 확인했을 뿐 청자가 있다는 지점은 찾지 못했다.
문화재관리국은 지난17일 김씨의 안흥 앞바다 도자기인양신고 사실이 보도되자 크게 당황한채 예비조사를 서둘러 침몰선체 인양을 전문으로 하는 인천 한성샐비지회사와 용역계약을 하고 21일부터 조사작업에 착수했다. 6명의 스쿠버 다이버가 동원된 예비조사의 원래계획은 ▲유물 및 선체침몰지점의 확인 ▲유물인양 ▲유물의 감정분석 ▲본격 발굴인양작업 실시여부 결정등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어쨌든 예비조사 진행계획은 다소 지연됐고 위치확인의 수열은 끝내 문화재 보호법상 아리송한 관계에 있는 김금식씨 팀의 도움에 의존하고 말았다.
김씨팀의 비공식 참여는 첫째 만일의 경우인 작업중 사고에 대한 책임문제, 둘째 잠수부까지 동원했던 유물인양 및 신고와 관련된 문제등으로 당국자들간의 의견이 엇갈렸다.
안흥 마도앞바다 속에서 도자기가 인양돼 처음 신고된 것은 77년이었다. 문화재관리국은 당시 어부들에 의해 인양된 20점의 도자기를 신고받아 일단 「현지답사」를 실시했고 신안 앞바다 보물인양이 끝난 후 예비조사를 거쳐 발굴인양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당국이 급히 서두르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는 신고유물들이 감정결과 이조후기의 저질 백자 막사발등으로 별다른 큰 문화재적 가치가 없었기 때문.
이번 안흥 앞바다 해저유물 발굴은 아직 미개척인 해양고고학 발굴사를 다져나간다는 데서나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문화재당국은 기대보다는 실망이 큰 안흥 해저유물의 본격 발굴인양 여부를 현재 「부」의 방향으로 굳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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