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서 훔친 돈 길에 버려 운전사가 주워 주인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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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교회금고에서 감쪽같이 없어진 4백85만7천여원이 지하차도에 버려져 주인에게 되돌려 졌다.
22일 밤9시45분쯤 서울 여의도지하차도를 지나던 서울 세방기업소속 경기9바2758호 트럭운전사 권순정씨(51)는 지하차도에 흩어져 있는 현금·수표 등 4백85만7천여원을 발견, 이를 모두 주워 모아 주인에게 되돌려주라고 KBS에 맡겼다.
이 돈은 22일 밤9시쯤 현장에서 5백여m떨어진 서울 여의도 순복음중앙교회 총무국 금고 속에 있던 교회직원 35명의 월급으로 함께 도난 당한 현금 80만원은 회수되지 않았다.
트럭운전사 권씨는 이날 부산에서 화물을 싣고 상경, 여의도지하차도를 지나는데 차도중앙선부근에 35개의 월급봉투가 떨어져 있었고 봉투에서 빠져 나온 현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서 차를 멈추고 내려 10원짜리 동전까지 봉투에 주워 모았더니 봉투 겉에는 순복음중앙교회라고 인쇄돼 있었다고 말했다.
권씨로부터 돈을 전달받은 KBS측은 이 사실을 즉시 순복음중앙교회 야간당직자에게 알렸다.
금고를 관리하는 이 교회 선교담당 이병운씨(33)에 따르면 22일이 월급날이어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휴가 등으로 결근한 35명분 월급 4백85만7천3백원과 그밖의 교회경비 80여 만원을 금고 속에 넣고 잠근 다음 이날 밤8시5분쯤 이 교회 지하실에 있는 기계실에 내려가 목욕을 한 후 9시10분쯤 다른 교인들과 함께 퇴근버스를 타고 퇴근했다는 것.
이씨는 교회2층 사무실 안에 금고가 있다는 사실은 다른 직원들도 알고있으나 열쇠가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것 하나뿐이어서 다른 사람이 금고 문을 열 수 없으며 3명의 경비원이 항상 야간순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침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돈 봉투가 발견된 시간이 이씨가 퇴근한 9시10분에서 약30분쯤 후였다는 점 등으로 미뤄 이씨가 지하실로 목욕하러 내려갔던 8시10분에서 9시 사이에 범행했을 것으로 추측, 이 교회 내부사정을 잘 아는 자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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