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3)제74화 한미외교 요람기(30)|한표욱|미·영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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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트루먼」 미대통령의 원폭사용 용의 발언이 나오자 영국은 경악했다. 45년 포츠담 회담에도 참석했던 「애틀리」영 수상이 50년12월4일 워싱턴으로 날아왔다.
2차 대전 직후 미국과 영국은 비밀협정을 맺어 미국이 원자폭탄을 사용할 경우가 있으면 사전에 영국과 협의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트루먼」과 「애틀리」는 워싱턴에서 여섯 차례나 회담을 가졌다. 워싱턴의 우리 대사관은 이들의 회담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애틀리」는 중공이 한국전에 개입함으로써 확전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으니 전쟁을 적절한 선에서 끝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치슨」미 국무장관의 자문을 받은「트루먼」대통령의 총수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었다.
중공군이 개입했다고 해서 북한이 남침했을 때와 달리 취급할 수는 없다. 만일 유럽의 압력으로 미국이이 전쟁을 미온적으로 처리한다면 한국 국민이 용납하지 못할 것은 물론이며 미국 국민도 이러한 행동을 중국 공산주의에 대한 유화자세로 오해하여 반발이 심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오해가 생긴다면 불행하게도 유럽에 소련 팽창정책에 의한 안보적 위협이 발생할 경우 미국 국민이 원조에 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시아에 발생한 공산위협은 중요치 않고 유럽에 대한 위협은 더 중요하다면 미국 국민이 반발할 우려가 있다.
미국은 이러한 기본 입장을 강조하면서 『침략은 보상받아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우리는 양보할 수 없다. 유엔의 권위는 손상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전쟁은 유엔 깃발 아래 수행되는 전쟁이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회담이 여섯 차례나 계속된 것은 당시 국제적 지위가 매우 높았던 영국의 입장도 일축해 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영국은 유엔에서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 연방국가들과 손잡고 활발하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트루먼」과 「애틀리」는 회담을 끝내고 매우 중요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국민은 최근 몇 주일간 명백해진 평화에 대한 도전에 관해 결의와 단결로써 함께 대처할 것이다.
-유엔군은 유엔권위와 권고에 입각하여 한국에 파병됐다. 유엔은 유엔군에 위임한 임무를 번경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영국은 이와 관련된 책임을 이행할 것이다.
우리는 극동이나 다른 지역에서나 침략에 대해 양보치 않을 것이다. 침략은 보장받아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완전한 합의에 도달했다.
-우리는 협상을 통해 전쟁행위를 중지시킬 태세가 돼있다.
-유엔 헌장에 의하여 우리에게 부여된 의무를 수행, 세계평화를 파괴하는 어떤 위협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유엔의 목적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고 한국의 자주적인 독립국가를 유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만약 중공이 우리와 비슷한 태도를 취하는 증거를 보인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다.
-중공이 그와 같은 태도를 갖지 않는다면 세계 모든 국민들은 유엔헌장의 제원칙이 안전하게 보장될 수 있는 조치를 유엔을 통해 결정할 것이며 양국은 그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을 천명한다.
-영국은 중공을 승인하지만 미국은 중공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이 공동성명이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휴전 아이디어가 내포돼 있었던 점이다. 「협상」을 통해 전쟁행위를 종결시킬 태세가 돼있다고 밝히면서 「군사적 승리」는 언급하지 않았고 「자주적인 독립국가」를 얘기하면서도 종래의 「통일된」독립국가라는 표현은 없어졌다.
「애틀리」수상이 12월11일 영국으로 떠나고 「트루먼」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렸다. 「애치슨」국무장관의 긴급동의가 나왔다. 한국전쟁을 앞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토의하자는 것이었다고 「애치슨」장관은 『미영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미 대통령으로서는 앞으로 미 정부입장을 조속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국무성과 국방성 사이에 그동안 휴전에 관한 의견이 오간 경위를 보고했다.
50년10월25일 중공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한지 채 2개월도 못돼 미국정부는 참전우방의 압력과 확전 및 장기전에 대한 국내의 우려 등으로 휴전을 논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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