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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사칭 정부협박한 겁없는 중·고생 기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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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국제해킹그룹 '어나니머스'의 공식발표 동영상이 공개됐다. "세금을 낭비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국민을 억업하는 대한민국정부에 대해 4월 14일 사이버 공격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하는 내용이었다.(www.youtube.com/watch?v=NsM2CPJQ9qo). 닷새 뒤인 3월 21일 국제해커들의 자료공유 사이트 '페이스트빈'에는 어나니머스 명의로 한국 정부·청와대·국가정보원·여성가족부·국세청 등 5곳을 공격대상으로 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이들은 어나니머스를 사칭한 국내와 필리핀 거주하는 겁없는 중·고생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정수)는 4일 어나니머스를 빙자해 정부 기관을 해킹하겠다고 위협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고교 3학생 강모(17)군과 강군을 도와 외국 사이트에 해킹 관련 홈페이지를 만든 대학생 우모(23)씨를 불구속기소했다. 또 강군의 지시로 어나니머스를 사칭하는 공격예고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중학교 3학년 배모(14)군은 소년부에 송치했다.

검찰에 따르면 주범인 강군은 지난 3월 1일 페이스북에서 필리핀에 거주하는 J(15)군과 대화를 하던 중 어린이집 원장이 원생을 폭행한 사진을 보여주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자 실제 해커인 J군이 정부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제안하자 모의가 시작됐다. 그 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알게 된 배군과 우모씨를 끌어들여 유명한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를 사칭하는 동영상 제작과 공격예고 및 실행 등의 역할을 분담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튜브에 동영상이 공개된 뒤 언론이 주목하고 실제 어나니머스 집단이 자신들의 계획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이들은 계획을 철회했다. 경찰도 곧바로 수사를 시작해 강군 등을 검거했다.

검찰은 강군과 함께 범행을 주도한 J군에 대해선 영어를 사용하며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해커라는 점외에 정확한 신원이 파악안돼 기소중지하고 필리핀 경찰에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J군은 3월 18일 필리핀에서 7회에 걸쳐 문화체육관광부 정책브리핑 웹사이트에 침입을 시도했으나 차단시스템에 막혀 미수에 그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도 받고 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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