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조절 기능 거의 없는 한강의 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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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장마철에 비만 조금 많이 내렸다하면 한강 잠수교가 잠겨 강 남북 교통 소통에 많은 지장을 주고 있다.
특히 올 장마에는 1주일동안이나 잠겨 잠수교가 개통된 75년이래 가장 오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잠수교의 높이는 해발 6.5m. 이 높이는 한강인도교 0점 표고기준으로는 3m90cm쯤 된다.
즉 한강인도교의 물높이가 3m90cm (해발로는 5m84.5cm)가 되면 잠수교가 잠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비가 오는 초기에는 팔당댐에서 잠수교의 잠수를 잠깐 지연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잠수교와 한강인도교의 수위 조절은 소양강댐과 화천댐만이 가능하다.
한강 인도교를 기준으로 물높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소양강댐과 화천댐 등을 상류로 하는 북한강 수계와 충주댐을 상류로 하는 남한강 수계 등 양대 수계가 있다.
한강의 길이는 총4백88km로 경부고속도로의 길이 4백28km보다 60km가 길다.
북한강 수계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부터 청평·의암·춘천·소양강·화천댐 등 6개댐이 있다.
남한강 수계에는 괴산댐과 건설 중에 있는 충주댐이 전부. 괴산댐은 규모가 너무 작아 수량을 조절할 수 없다.
북한강 수계와 남한강 수계가 만나는 지점에 팔당댐이 있다. 그러나 다목적 댐인 소양강댐을 제외한 나머지 댐들은 모두 발전용 댐으로 홍수 조절과는 관계가 없다.
다만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장마철이 되면 홍수 조절을 위해 화천댐을 예외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나머지 댐들은 사실상 물이 흐르는 속도를 일시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뿐이다.
소양강댐 높이는 2백33m이며 댐의 안전 상 최대로 물을 채울 수 있는 높이는 1백98m. 그러나 홍수 때에 대비하여 보통 땐 1백91m까지만 물을 채워둔다. 이 7m가 한강수량 조절을 위한 안전판이다.
이 7m로 조절할 수 있는 물은 약5억t. 5억t이라면 사방 1km에 50cm의 두께로 비가 내리는 양이다.
그러나 이 5억t으로 한강인도교의 수위는 겨우 30cm밖에 낮출 수 없다.
예비적으로 확보한 화천댐의 조절 능력은 2억1천5백만t.
따라서 홍수가 계속될 때 한강 상류에서 댐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한강인도교의 물높이는 50cm 정도다.
지금 건설 중에 있는 충주댐이 85년에 완공되면 한강인도교의 물높이를 1m쯤 더 낮출 수 있다.
당국이 발표하는 한강인도교의 물높이는 해발 높이와는 다르다.
당국은 그 제방 축조현황·지형 등을 감안해 소위 영점표고라는 것을 설정하는데 한강인도교의 0점 표고는 해발 1m94.5cm.
따라서 한강인도교의 수위는 해발로 환산하면 1m94.5cm를 더해야한다.
중앙대책본부는 지정 홍수 위 (4m50cm)를 돌파하면 홍수주의보를, 경계 홍수 위 (8m50cm)를 돌파하면 홍수 경보를 발령한다. <박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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