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소 비동맹국 잠비아·짐바브웨 육련, 천여만원 아끼려 초청 거부|서울 J 오픈 육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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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한 육상 경기 연맹이 오는 8월15, 16일 서울 운동장에서 개최하는 제1회 국제 주니어 오픈 육상 경기 대회에 참가를 희망해온 아프리카의 친소비동맹국인 잠비아와 짐바브웨에 대해 약 8백만원씩의 왕복 항공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초청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 논란을 빚고 있다.
당초 육상 연맹은 체재 경비만 부담해준다는 조건으로 아프리카 및 아시아의 27개 비동맹중립국들에 초청장을 발송했는데 이라크가 유일하게 응낙해 왔고 잠비아와 짐바브웨는 여비까지 보조해주면 참가하겠다고 전문을 보내 왔었다.
그러나 육상 연맹은 결국 1천만원 내지 1천6백여만원을 아끼기 위해 사상 초유의 이들 흑인 중립국들과의 스포츠 교류 기회를 팽개쳐 버린 것이다.
반면에 육상 연맹은 친 서방 국가인 같은 아프리카의 케냐에 대해선 6명의 선수단에 체재비는 물론 8백60만원의 왕복 항공료까지 대주며 초청키로 결정, 스스로 모순을 범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세계적 청소년 육상 잔치인 이번 대회에 관해 정부는 국내 육상 경기력의 향상뿐만 아니라 국제 교류라는 관점에서 중요시 여겨 5천만원의 국고 보조까지 해준다.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이나 국제 교류의 성과는 손에 잡히지 않는 관념적인 것이어서 그 값어치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례로 보아 한국 스포츠는 축구·농구·탁구·사격·역도·태권도 등 각 종목에 걸쳐 특히 공산권이나 비동맹 국가들에 파격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문교부와 체육회 관계자들은 육상 연맹이 미주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및 아시아 등 4개 대륙 국가들을 망라하는 범세계적 육상 대회를 의욕적으로 창설하면서 불과 1천만원 안팎의 경비를 덜 들이기 위해 비동맹 중립국과의 교류를 스스로 배척한 처사는 납득하기 어려운 근시안적 실수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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