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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 "추방위기"에 몰린 문선명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3, 4년전 코리아게이트가 한참 한미관계를 뒤흔들어 놓을 때 미하원 국제관계소위원회(위원장「도널드·프레이저」) 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던 통일교가 다시 미국매스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25일 ABC방송이『연방이 미국은 통일교의 문선명씨에 대한 추방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첫 보도를 내보낸 후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워싱턴스타, 볼티모선지등 미국의 중요신문과TV들이 일제히 이문제를 큼직하게 보도한 것이다.
법적인 신분으로 볼 때 문씨부부는 엄연한 미국영주권소지자다. 72년11월23일 미국에 입국한 문씨는 73년4월30일에, 부인 한학자여사는 72년12월2일 입국해 73년2월26일에 각각 영주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미 법무성의 한 소식통은『한여사는「특별히 훈련된」한국요리사』로 미 이민국에 선고해서 영주권을 받았기 때문에 만일『한여사가 이민법위반혐의로 추방될 경우엔 문씨도 자동적으로 추방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민국관리들은 또 많은 통일교신자들이 방문비자로 미국에 들어와 출국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장기체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이민국이 문씨에 대한 추방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뉴욕의 통일교본부는 즉각 특별성명을 내고『이런 보도는 문씨의 인격을「말살」하고 통일교와 신도들을 깎아 내리려는 계획적인 시도』라고 반박했다.
전세계에 걸쳐 4백만, 미국에 3만 신도를 갖고있는 통일교의 문씨 쪽은 이 문제에 관해 법적투쟁을 준비중임을 암시했다.
그럴 경우 문씨 문제는 다른 수많은 외국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년이 지나야만 어떤 결말이 나게될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선 이 문제가 순회재판소나 대법원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법적인 문제보다도 통일교문제가, 그것도 사소한 문씨의 영주권문제를 꼬투리로 꽤 지금 이 시기에 문제가 되고있는가 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씨의 부부가 영주권을 받은지 8년이 넘은데다 77∼78년에 미하원「프레이저」소위원회의 끈질긴 조사를 받았던 통일교문제가 새삼스럽게 지금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는 것이 무슨뜻을 갖고 있는지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프레이저」소위가 2년간의 조사 끝에 미의회에 제출한 통일교조사보고서는『비록 통일교의 많은 목표와 활동이 합법적이긴 하지만 통일교가 미국의 세금규정·이민법·외국인 등록법 등을 조직적으로 위반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히고『통일교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했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물론 그 당시 통일교 측은. 이 같은「프레이저」의 조사는『정치적인 동기와 편견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그 이후 통일교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금년1월「레이건」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통일교신자들의 부모들이 간헐적으로 통일교의「세뇌성」을 비난하고 지방주민들이 통일교의 사업확장에 경계심을 표시하고 위싱턴에서 영화『오! 인천』의 시사회가 열렸을 때 반대 데모 등이 계속 잇달았다.
문씨에 대한 법무성의 조사가 시작됐다는 미국언론기관들의 보도가 나간 배경에도 어쩌면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이를 센세이셔널하게 만들려는 속셈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통일교가 이번 문제 때문에 미국내 활동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통일교는 종교단체치고는 이례적으로 반공을 내세우고 있다. 이 목표가 새로 들어선「레이건」행정부의 정책과는 상당한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으나 경우에 따라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레이건」행정부로부터 상당한 경계심을 자아내게 할 수도 있다. 문씨가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한국정부가 관심을 둘만한 문제일 것이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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