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의 투기는 용인, 경기활성화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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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장기침체에 빠진 주택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6·26대책」은 78년 「8·8조치」(부동산투기종합억제대책)이후 최대의 후퇴다.
그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양도소득세율인하 및 탄력세율의 적용을 시도했지만 주택경기가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법을 고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도를 다 동원했다.
대책은 직접 주택수요자나 건설업자를 지원한다는 것보다는 거래촉진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어느 정도 투기를 용인해서라도 거래를 활성화 해 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 3년전 서술 퍼렇게 부동산투기억제조치를 취할 때와 비교하면 상당한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거래가 활발해야 집을 많이 짓고 집을 많이 지어야 장기적으로 집 값이 안정된다는 논리에도 수긍할만한 점은 있다.
그러나 가격상승과 투기조장을 무릅쓴 활성화대책이라는 비관을 면키 어렵다.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무주택자들이다. 무주택자들이 집을 못사는 이유는 현행제도에서 세금 때문이 아니다.
지금도 1가구1주택은 면세이므로 세부담은 문제 될 것이 없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무주택자들로 하여금 집을 살 수 있도록 장기주택할부금융을 해주든가 집 값을 안정시키는 대책이 급선무다.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의 상승과 소득증가를 비교하면 소득증가폭이 못 따라가고 있다. 70년을 1백으로 했을 때, 79년말 현재 주택가격은 1천1로 올랐는데 도시가구소득은 7백70밖에 안 늘었다.
특히 부동산투기억제를 위한 특정지역을 전면해제하고 자금출처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거래 분위기를 초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주택가격의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는가 여겨진다.
가격 상승과 투기용인의 방식으로 주택경기를 풀어 나간다면 또 다른 「8·8」조치를 해야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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