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부의 적’ 만성 호흡기 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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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백병원 염호기 교수(내과)

호흡기는 차가운 걸 싫어한다. 한여름이라도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에 기침하는 아이들이 많다. 대부분 감기라고 생각하지만 기침이 2~3주 지속되거나 날씨나 기온에 따라 증상이 반복된다면 만성 호흡기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대표적인 만성 호흡기 질환은 알레르기성 비염과 기관지 천식이다. 산업화로 천식 환자가 급속도록 늘고 있다. 1980년대 5.7%였던 아동의 천식 유병률은 90년 10.1%로 증가했다. 또 초등생 유병률은 2000년 6%에서 2010년 10.1%로 늘었다. 알레르기 비염도 마찬가지다. 소아 천식 유병률은 1983년 5.7%에서 90년 10.1%로 증가했다. 대기오염과 비만, 간접흡연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비만은 알레르기 질환과 천식을 유발할 뿐 아니라 증상을 더 악화시키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를 해야한다. 호흡이 곤란한 천식의 증상 탓에 운동과 멀어지게 돼 천식 환자 가운데는 비만이 많다. 아이가 운동을 싫어한다면 혹시 만성호흡기 질환이 있는 게 아닌지 잘 관찰해야 한다. 학업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청소년 비만이 급증하고 있어 큰 문제다. 비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만성 호흡기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고 아토피나 알레르기성비염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알레르기성 비염과 기관지 천식은 의학적인 불편함과 고통 뿐 아니라 기침·콧물·코막힘·두통·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으로 인해 주의력과 기억력·집중력을 떨어뜨린다. 학습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증세가 심하면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라 수면부족과 만성피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학습부진 정도가 아니라 소극적이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을 만들 수도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청소년기엔 천식이 있어도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다. 가슴이 답답하고 마른 기침을 하는 정도다. 증세가 진행되면 숨이 차고 기침, 가래가 심해지며 가슴에서 쌕쌕하는 소리, 가래가 끓는 가랑가랑한 소리가 들린다. 치료를 하면 약간 호전됐다가 다시 악화하기를 반복한다.

 알레르기 질환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적이 된다. 심한 통증이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정상적인 학업이나 업무를 방해할 정도라면 감기라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근본 원인을 찾아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서울백병원 염호기 교수(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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