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손쉬운 함락은 軍지도부와 뒷거래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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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예상보다 쉽게 이뤄진 미군의 바그다드 함락이 이라크 지도부와 미국 간 비밀 협상의 결과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21일 "바그다드 함락에 앞서 수도 방어를 책임진 이라크 공화국수비대 사령관 마헤르 수피안 장군이 자신의 신변보장을 조건으로 미군과 비밀 항복 협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수피안 장군이 병사들에게 무기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명령했다"며 "그는 미군 아파치 헬기를 타고 바그다드 동부 알라시드 캠프를 떠나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수피아 장군은 미국이 최우선 체포 대상으로 수배한 이라크 지도부 명단에 빠져 있다.

아랍계 영자 주간지 아랍 보이스의 편집장 왈리드 라바흐도 "미군과 공화국수비대 사령관들 사이에 투항에 관한 비밀 교섭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란의 바즈타브 통신은 "바그다드 함락이 이라크 지도부와 미국.러시아 3자 간 비밀 협상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개전 13일째인 지난 1일 이라크 측과 러시아 정보기관은 후세인 대통령과 측근 1백여명의 안전한 해외 도피를 조건으로 최소한의 저항만으로 바그다드를 연합군에 넘겨주기로 합의했으며 미국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단 사이드 알사하프 공보장관은 후세인 정권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기 위해 끝까지 바그다드에 남도록 지시받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 국영TV도 "후세인 정권의 붕괴를 둘러싸고 심각한 의문이 남는다"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말을 전하면서, 바그다드 함락이 비밀 거래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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