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특채와 정실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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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800년대초 미국에서는 한경당이 정권을 잡으면 미관말직까지도 정실인사로 교체하는 엽관제가 횡행할 때가 있었다. 이 엽관제의 폐단때문에 직업공무원제 수립이란 과제가 대두됐었다.
우리도 10·26사태이후 과도기를 겪으면서 국가란 큰 조직을 운영해 나가는 테크너크래트로서의 공무원사의가 정권변화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체험을 뼈저리게 했다.
이같은 체험을 바탕으로 정부가 금년들어 직업공무원제 확립을 표방하고 국가공무원법과공무윈임용령등을 거의 새로 만들다시피 대폭 개정했다. 새법에서는 공무원을 함부로 퇴직시킬수 없게하는등 공무원 신분보장을 위한 제도가 많이 도입되었다. 또 공무원의 인사가 각부장관의 마음대로 좌지우지되지않도록 규제장치도 마련했다.
그렇지만 개정과정에서 교수·전문가등의 공무원 겸직의 길을 틈으로써 운영에 따라서는 직업공무원제가 손상될 가능성도 남겨놓았다.
최근 문공·노동·문교부 일부자리에 별정직을 임명할 수 있도록 직제를 바꾸자 일부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되는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있다.
물론 정부의 공직이 공무원만의 비유물일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누구든지 공직에 알맞는 적격자가 있으면 그에게 국가에 봉사할수 있는 기회를 주는것이 본인뿐 아니라 국가에도 유익한 일이다.
국립도서관장· 국립극장장· 현대미술관장등 전문지식과 경력이 요구되는 자리나 노정국장등 노동문제와 관련이 깊은직책등은 단순한 행정· 관리능력만을 쌍은 공무원보다는 그분야에서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봉사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특정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만이 전문가이고 공무원은 비전문가라는 고정관념에는 문제가 있다. 공무원은 행정· 관리면의 전문가로 트레이닝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번 직제개편으로 일부 부처의 하위직 공무원들은 사기가 떨어진게 사실이다. 국장·실장·담당관등 웃자리에 외부전문가를 모셨으면 하급공무윈들은 언제 승진해 보겠느냐는 걱정들이다고 이같은 분위기는 앞으로 겸직등으로 외부인사가 많이 총원될경우 『몇년있다가 들아갈 사람에게 고분고분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조직내의 갈등을 유발할 소지도 안고 있다.
정체· 경직화되기 쉬운 관료조직에 신선한 충격은 항상 필요하다. 그러나 겸직·특채등을통한 충격은 직업공무원제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는 법위에서 신선한 피를 수헐한다는 정도로만 설치되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겸직이나 특채의 경우 채용규정등 일반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오히려 정실인사가 개재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않다.@@문창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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