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자사고 8곳 취소' 절차 강행 … 교육부, 법 바꿔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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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 장관(左), 조희연 서울교육감(右)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취소 움직임에 교육부가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교육부는 1일 시·도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때 현재는 장관과 협의만 해도 되지만 앞으로는 장관에게 ‘사전 동의’를 받도록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번 주에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이 이날 “자사고 종합평가에서 평가 대상 14개 고교 중 8곳이 재지정 통과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며 “미달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취소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직후다.

 교육부는 시교육청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부에 재지정 취소 협의를 신청할 경우 동의·부동의를 결정하지 않고 바로 반려하기로 했다. 현행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지정 협의에 관한 훈령’에 따른 교육부의 반려조치에 담긴 의미는 시·도 교육감의 협의신청서에 위법·부당한 내용이 포함돼 동의 여부 자체를 검토조차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법원이 소송 요건 자체에 흠이 발견돼 사건 자체를 심리하지 않는 ‘각하’와 비슷한 개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평가를 마친 자사고를 재평가해 지정을 취소하는 건 교육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라며 “2010년 도입해 5년마다 평가하도록 규정한 자사고를 임의로 2015년이 아닌 2016년부터 지정 취소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이번 평가가 기존 평가를 마무리한 뒤 추가로 한 ‘재평가’가 아니라 교육감의 권한에 따른 ‘종합평가’라고 반박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4일 재지정 취소 자사고 명단을 발표하고 교육부에 지정 취소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근표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법률 자문을 통해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다고 결론 내렸다”며 “예정대로 취소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이상수 시교육청 대변인은 “교육부가 평가 결과를 보지도 않고 반려하겠다고 결정한 건 부적절하다”며 “일반고 전환 시기를 2015학년도가 아닌 2016학년도로 미룬 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원칙을 무시한 조희연 교육감의 일방적인 자사고 재평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청문 절차에 응하지 않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시교육청이 자사고 폐지 정책을 강행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김기환·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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