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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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생부사약용 구해오라며 천명에 도전했던 진시황의 안달과 고뇌는 1일하오 수원시에서 있었던 반달곰의 경매장에서 재연된듯하다.
두발의 총알을 맞고 죽은 곰한마리의 값이 무려 1천6백만원. 웬만한아파트 한채 값이다.
곰의 사체틀 놓그 응찰자들이 벌인 아우성과 욕설, 금력경쟁은 초여름의 햇볕을 무색케할 정도로 열기를 띠었고, 탈락자의 아쉬움에 찬 안타까운 표정, 낙찰자의 입가에 스민 미소, 그리고 현장에서 마구 나돌았던 현금뭉치와 수표다발의 모습은 이곳이 외부와 단절된 어느 이방지대를 연상케했다.
007가방에 l천여만원의 돈을 들고온 어느 응찰자는 「돈은 얼마든지있다」고 호언-. 1회응찰에 2백만∼3백만원까지 치솟는 경매가.
1천만원의 현금도 모자라자 경매도중에 허리에찼던 길이 1m가량의 비단건대를 풀어 3백여만원의 돈을 다시 걸었으나 끝내 탈락한 한 응찰자의 막판에서의 낙담은, 경매에서 승리해 이날의 진시황이 된 오씨 3동서의 자랑스런 표정과 함께 경매장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설명했다. 『돈벌기위해 마신 술로 간을 버렸고, 술마시며 번 돈으로 다시 웅담을 사서 병든 간을 고치겠다』는 것이 낙찰자의 변.
낙찰이 되는 순간 구경하던 60여명의 동네사람들 입에서는 한결같이『후-』하고 내쉬는 한숨소리로 가득got다.
이들의 눈에는 금력과시에 들뜬 응찰자들과 응찰대리인들이 현대판 진시황이나 그의 사신들로 보였을 것이 틀림없다.
이날 경매를 보고 영하 40도의 냉동실에 있던 장본인(?)반달곰의 감상은 어떠했을까. 자연보호 캠페인을 벌이던 사람들이 총질을 하고 교통사고 보상금도, 산재보험금도, 죽은 자기 슬개값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을 보고, 그리고 마구돈을 던지는 응찰자들을 보고 「곰같은 사람들」이라고 고소하지는 앉았을까.
반달곰은 죽어서 웅담을 남겼다. 그러나 현장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은 웅담보다 더 쓴 입맛을 다시지 않을수 없었다.<진창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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