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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은 한낱 깃털에 불과 … 일희일비하면 꼭 실패"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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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하면서 안철수·손학규·김두관 등 야권의 대권 주자급 스타들이 대거 몰락했다. 이런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박 시장은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최근 2주 연속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의원을 제치고 1위(리얼미터)에 올랐다. 무당파 유권자층에서 가장 높은 지지(23%)를 얻은 점도 눈에 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시청 6층 시장실에서 7·30 재·보선 이후 처음으로 중앙SUNDAY와의 신문 인터뷰에 응한 박 시장은 자신의 대권 도전 여부와 7·30 재·보선, 새정치연합에 대한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대신 국제회의 유치 확대와 관광객 배증 등 본인이 추진 중인 시장 2기 핵심 사업에 대한 설명에 몰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공감을 표시하고 최경환 부총리의 소통 노력을 칭찬하며 협치주의자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얘기가 나오자 그의 어조는 달라졌다. “유족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고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해도 위헌은 아니다”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바람 넣지 말라”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런 조사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은 늘 실패한다고 생각한다. 인기라는 건 하늘에 떠도는 깃털과 같은 거다. 늘 진중하게 자신의 중심을 지키면서 주어진 본분만을 열심히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내 건배사도 ‘오직 서울, 오직 시민’이다. 이렇게 (시장 업무)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바람 집어넣지 말라.(웃음)”

-무당파층에서 가장 인기 높은 정치인이 됐다.
“지지율은 삽시간에 변할 수 있다. 나는 소속 정당이 있지만, 시장이 되면 당파적 입장에 따라 시정을 펼 수 없다. 모든 시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을 조정해 통합적으로 시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래서 늘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적도 친구가 된다.”

-소속 정당인 새정치연합이 참패한 7·30 재·보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뭐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 그렇다고 (내가) 서울시장 내팽개치고 여의도로 갈 수는 없지 않나? 어쨌든 (당이 위기를) 극복해 잘해 나갈 것으로 본다.”

-문재인 의원의 단식은 어떻게 보나.
“….”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어떻게 보나.
“일희일비는 있겠지만 (박 위원장이) 당을 잘 이끌려고 최선을 다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현직 대표다. 당원으로서 그 리더십을 존중하고 잘하도록 해 줘야 한다고 본다.”

-세월호 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줘야 하나.
“변호사 일을 한 지 오래돼 잘 모르겠지만 내가 배운 바로는 특검도 가능한 것 아니냐. 그러니 (조사위에) 수사권을 주는 게 헌법에 위반되는 건 아니다. 유족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면 좋겠다. 자녀들 다 잃고 삶의 벼랑 끝으로 몰린 이들 아니냐. (일각에서) 그들을 짓밟는 건 정말 이해가 안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대로 잘하는 사람은 격려하고, 못하는 사람은 일으켜 세워 함께 가야 하지 않겠나.”

-서울광장을 세월호 추모행사에 장기 개방하는 것도 그런 맥락인가.
“그렇다. (유족들) 마지막 한 분까지 잊지 않고 챙기는 게 우리 사회가 갈 길 아닌가? (앞으로도 추모행사에 광장을 개방하나?) 다소 불편이 있더라도 한동안 그럴 생각이다. (광장에서 하던 수익사업은?) 참배공간만 빼고 나머지는 수익사업을 한다.”

“그동안은 준비, 앞으로 4년간은 성취”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연임된 지 석 달이 돼 간다. 2기 시정 구상은.
“내게 ‘3년간 시장 하면서 도대체 뭘 했나’ ‘왜 토건을 안 하나’라고 묻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 3년 동안 도로·통신망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을 크게 늘리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해 왔다. 이 때문인지 6·4 서울시장 선거 때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박원순 시장은 일을 하나도 한 게 없다. 잠자는 서울을 깨우겠다’고 하자 서울사람들이 ‘잠 좀 자자’고 말했다고 한다.(웃음) 지난 3년이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4년은 성취하는 시간이다. 우선 서울의 얼굴이 확 달라질 거다. 잠실·반포 등 재개발지구는 아파트 숲 대신 생태와 경관이 보장되고 공동체가 살아 숨쉬는 주거단지로 바뀐다. 또 삼성동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가 완전히 달라진다. 코엑스는 면적이 몇 배로 늘어나고 잠실운동장과 탄천은 첨단 스포츠 콤플렉스와 자연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한다. 곧 매각될 삼성동 한전 부지의 40%를 기부채납으로 확보한 뒤 이 세 곳과 연계해 국제업무·전시·컨벤션·엔터테인먼트가 복합된 ‘MICE’ 공간을 개발할 것이다. 연간 관광객도 현재 1000만 명에서 2배로 늘리겠다. 싱가포르가 자랑한다는 ‘마리나샌즈베이’를 앞서는 공간을 만들겠다.”

-마리나샌즈베이에선 카지노가 큰 역할을 하는데.
“그건(카지노 허용은) 쉽지 않다. 카지노를 추진하는 건 미국 샌즈그룹 (한 곳)인데 그 밖에도 투자를 원하는 기업은 많다. 내 구상은 (카지노 대신) 호텔과 박물관·엔터테인먼트·스포츠·식물원 등 모든 게 복합된 세계 최고의 콤플렉스를 세우는 거다. 이젠 서울이 다른 도시를 따라가는 대신 주도하는 시대다. 서울이 가진 각종 인프라부터 내가 시장에 취임하기 전 세계 5위였고, 지금은 4위에 올라 있다. 이 순위를 톱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그 핵심이 ‘MICE’ 프로젝트다.”

-개발구상이 강남에 집중된 느낌이다.
“아니다. 재개발이 확정된 창동은 10만 평이 넘는 거대 프로젝트다. 홍릉이나 홍대 앞 밸리도 큰 재개발 프로젝트고 매출이 수조원 규모라는 자동차 튜닝산업과 장안평 일대를 연계하는 프로젝트도 구체화되고 있다. 강남북의 균형은 내 시정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1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한강 개발을 논의한다고 들었다.
“한강만큼 크고 아름다운 강이 없다. 여름에 ‘한강 행복 몽땅 프로젝트’를 했는데 1000만 명이 다녀갔다. 서울시민은 물론 세계인의 쉼터임이 입증된 거다. 이런 한강에 유람선만 있지 셔틀선이 없다. 사람들이 놀고 싶은 데 내려서 놀다가 배를 타고 이동해 또 다른 곳에서 놀 수 있는 ‘hip and hop’식 셔틀선을 곧 도입하겠다. 한강대교 아치를 호주 시드니 하버 브리지처럼 사람이 걸어 횡단할 수 있게 하고, 노량진 수산시장도 선착장을 설치해 관광지로 만들겠다. 오세훈 전 시장 때는 한강 개발에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갔지만 그런 거액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한강을 만들 거다.”

한강, 셔틀선 오가는 관광지로 개발
-최경환 부총리와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됐나.
“서울시장 정도면 중앙정부에 영향력이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나? 사실은 완전 ‘수퍼 을(乙)’이다. 국무회의에 들어가긴 하지만 안건을 통과시키기가 별 따기고 중앙정부에 어느 한 곳 사정을 얘기할 곳도 없다. 최 부총리의 전임자(현오석 전 부총리)에게도 만남을 청했지만 안 만나 주더라. 그러나 최 장관은 내가 연락하니 바로 날짜를 잡더라. 나는 대화를 하다가 아이디어를 들으면 바로 수첩에 적는데, 최 장관도 내 얘기를 적더니 긍정적인 답변을 주더라. 장관 가운데 그런 분은 처음이라 큰 감동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나.
“가끔 발언을 하고 서울시 사례를 얘기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내가 좋은 얘기를 하면 ‘좋다’고 하더라. (수첩에 적기도 하나?) 그러지는 않고….”

-최 부총리와 협력이 성사되면 박근혜 정부와 ‘협치’하는 셈 아닌가.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강조하는데 내 신념도 창조경제다. 주변 사람들은 내 경제정책을 ‘위노믹스(wenomics)’같이 다른 말로 바꾸자고 하지만 대통령이 (창조경제란 용어를) 쓴다고 안 쓰겠다는 게 말이 되나. 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이고 서울시는 그 상징이니 정부가 창조경제를 추진하면서 서울시를 팽개친다면 가능하겠나. 이렇게 서로 필요한 건 출처를 따지지 않고 활용하는 실용적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본다.”

-송파지구에 잇따라 출몰한 싱크홀은 걱정 안 해도 되나.
“싱크홀은 석회암지대에 생기는 것이다. 송파지역의 동공은 ‘도로 함몰’로 봐야 한다. 지하철 시공이 잘못된 탓으로 대략 판정이 났다. 앞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지하철 공사를 하니 큰 문제는 없을 거다. 우려되는 건 일반 도로 함몰이다. 하수도가 오래된 지역에서 그럴 우려가 있어 컨트롤타워를 만들기로 했다.”

-송파 싱크홀은 인근에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 빌딩과는 관계없나.
“관계없다고 판단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안전을 챙길 거다. (롯데월드 측은 추석 전 조기 개장을 원하는데?) 롯데 측이 임시 사용을 원하는 건물 저층부는 대체로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럼에도 소방·실내 안전 등 우려되는 82개 사항에 대해 보완을 지시했고, 롯데 측이 이를 이행한 보고서를 제출해 검토가 거의 마무리된 단계다. 또 하나 문제가 교통이다. 개장되면 하루 유동인구가 20만 명 늘어나게 돼 이 부분도 면밀히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주 안에 임시 개장 일정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주면 추석이다. 서울시민에게 추석 메시지를 전한다면.
“올해 유난히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추석만큼은 살림도 나아지고 화평이 넘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대로 서로를 이해하고 낮은 곳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돌아보는 자리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한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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