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렬)1900년 원산서 출생 24년 연희전문 문과졸 26∼61년 배재고 영어교사 61∼70년 휘문고(작곡가 고 이흥렬 씨의 형)|"교사는 한 손에 사고, 한 손에 채찍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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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도 산업도 경제도 문화도 심지어 종교도 그 교육적 가치를 기초로 하여 그 공과를 평가하여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므로 나는 교육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데 공이 큰 정치가·산업인·경제인·학자·미술가·음악가·농민·상인·경영인·직공, 심지어 종교인까지도, 또 그 자체로 돌아와 교육가까지도 이 기준 위에서 존경한다. 나는 인류역사를 한 크나큰 교육의 역사라고 본다.
그런 까닭에 작게는 아비 어미도, 학교 교수는 물론이고, 모든 어른, 사회인, 왕이나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친구끼리도, 또 목사나 승려도 다 교사라는 사명을 띠고있다고 나는 본다.
아아! 내가 나이가 많아 교육에 대하여 과대망상을 가진 것이 아닌가? 어쨌든 나는 궁정동에 있는 청와대,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 정동에 있는 법원이나 검찰청을 볼 때 저것들이 다 학교, 즉 일종의 교육기관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교육에 대한 사상은 서양보다는 동양이 더 넓고 깊은 것 같이 생각된다.
왜냐하면 종교라는 말에『교』자가 붙은 것부터가 그렇고, 불교·유교·도교·기독교 등등이다 그렇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Religion(종교), Buddhism(불교), Confucianism(유교), Taoism(도교), Christianism(기독교)따위 말로 보면 내용은 교육이지만 말에서는 -ism(-주의)뿐이다.
각설하고 구사의 도에 대하여 대충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저 종교개혁의 봉화를 든「마르틴·루터」의 말에 교사는 한 손에 사과, 다른 한 손에는 채찍을 들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한국교육은 l945년 해방이 된 뒤에 덮어놓고「존·듀이」의 자유주의 교육학설을 받아들여 30여 년간 그야말로 실험기간을 보내고 난 뒤에 이제 겨우 그 장단점을 반성하게 되었다. 「루터」의 말대로『사랑과 벌』을 겸유해야 하는 것이 교사의 직책이다.
교육의 지대한 가치를 인정한 한 실례를 보자. 저 독일 (그때는 프러시아 왕국이었으나)제국을 세운 철혈재상「비스마르크」가 지금말로 하면 국무총리가 된 후 한번은 백마를 타고 시중을 통과하는 즈음에 많은 시민들이 길 좌우에 도열하였을 때 한 백발 노인을 발견하니 그가 바로 자기 소학교(지금 국민학교)시절에 가르쳐주신 선생(교사)님이었다.
황급히 말에서 내려『선생님, 날씨가 이렇게 차온데 어찌 여길 나오셨읍니까? 어서 댁으로 돌아가십시오』하고 인사를 깍듯이 하고, 다시 그 말에 올라탄 후 자기를 호위한 대신들(지금 우리말로는 장관들)을 돌아보며 하는 말이『나는 요 몇 해 동안 독일을 다스리지만 저 어른은 앞으로 백년을 두고 독일을 다스릴 인재를 가르치신 분이야』라고 하였단다.
사도가 바로 선 한 표징이다. 이리하여「비스마르크」는 교육을 통하여 독일을 부강한 나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교사로 평생 살아온 나를 존경해 달라는 말이 결코 아니고, 교사의 직책이 그만큼 무겁다는 뜻이다.
이 글이『세류청담』칼럼에 적합할는지 모르나 교사의 도는 나의 평생을 통한 생각거리 (재료)이기에 두어 자 적어 면책이나 할까한다. 다른 곳에서도 한 말인데 교사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그 하나는 trained teacher, 즉 교사 노릇을 하려고 교육받은 교사, 곧 사범학교를 나온 교사이고, 다른 하나는 born teacher, 즉 나면서 천성이 교사되기에 적당한 교사다. 이 후자가 전자를 겸했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어서 나라를 위해서나 세계를 위해서 다행한 일일 것이다.
교사의 도를 이야기하자니 자연 교사의 자격을 말하고싶다.
교사되는 첫째 자격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 고대 철학자「플라튼」의 말대로『가지지 않은 것은 줄 수 없고, 알지 못하는 것은 가르칠 수 없다』…조금 가르치기 위하여 많이 알아야한다. 그러니 교사는 부절히 공부해야 한다.
무엇을 알아야 하나? 교재도, 방법도, 학생 (피교육자)도, 시대적·사회적 요청도 알아야 한다. 요즘 교육의 병폐 중 큰 것은 너무 많이 가르치는 일이다. 사람이 어디 다 알고 죽는 것인가? 필요한 것- 여기서 필자의 욕심을 말하라면 공부하는 방법과 영원한 것을 알아야 한다. 영원한 것이 무엇인가? 진리이지 무어야.
교사의 자격이 몇 가지 더 있으나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만 더 쓰자. 그것은 인격이다. 인격을 길러주는 자 자신이 인격을 구비하지 못했다면 말이 안 되는 말이다. 균형 잡힌 인격, 단호한 인격, 안정되고 꾸준한 인격, 정직한 인격, 정의감 굳은 인격… 인류역사에는 이러한 인격을 갖춘 교사가 더러 출현했다. 「소크라테스」·예수·「부다」·공자…등등, 그들은 인류의 영원한 교사들이었다. <81·5·23·충정로 우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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