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상어에 물려 해녀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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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전채당·장남원기자】외국영화(조스)속의 공포로만 알아왔던 식인상어가 우리 나라 서해안에서 물질하던 해녀를 습격, 몸째 물어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3일 12시30분쯤 충남 보령군 당천면 장고도리 외도 앞 1백m되는 해상에서 있었던 일. 가해자는 길이 6m쯤의 청상아리라는 식인상어, 피해자는 전복을 따고 있던 해녀 박경순씨(29·서산군 안면읍 승언리 8구 1492). 박씨는 선장인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몸째 물려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식인상어의 습격소식이 전해지자 평화롭던 안면도일대 어장은 일순간에 공포의 분위기로 바뀌어 전복·소라채취의 제절을 만나 전국에서 몰려들었던 1백 여명의 해녀들이 다투어 짐을 꾸려 떠나고 있다. 우리 나라 해안에서 식인상어가 사람을 습격한 것은 59년 여름 대천해수욕장에서 수영하던 대학생이 상어에 다리가 잘려 숨진 이후 두 번째다.
학자들은 우리나라해안에도 난류가 흐르는 5월부터 여름사이에는 식인상어가 나타날 가능성이 많은데다 한번 고기 맛을 본 상어는 다시 나타날 확률이 높아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사건발생>
23일 낮12시30분쯤 해녀 박경순씨는 외도 앞 1백m쯤 해상에서 물질을 하던 중 상어의 습격을 받았다.
사고당시 박씨와 짝지어 물질을 하던 해녀 한애순씨(31·안면읍 승언리 8구134)에 따르면 수심 약 2·5m의 물 속에서 전복과 해삼을 따고 있는데 갑자기『아이구』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몸을 심하게 뒤채는 소리가나 박씨 쪽을 보니 커다란 상어가 박씨에게 달려들고 있더라는 것.
놀란 한씨는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30여m 떨어진 곳에 서있던 해녀들의 잠수기선(기선) 협동호 (5.05t)에 대고 『상어다』하고 소리를 질렀다.
비명을 들은 협동호는 곧 시동을 걸고 사고지점으로 다가가 북은 박씨의 남편인 선장 임종수씨(32)가 쇠갈고리로 상어의 등을 찍었으나 상어는 대가리로 배를 세차게 한번들이 받 고 갈고리를 등에 꽂은 채 박씨를 물고 사라졌다.
임씨가 배를 사고지점으로 몰고 갔을 때 길이가 6m이상, 등지느러미 길이만도 1m가 넘는 커다란 상어가 박씨의 머리를 물려하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박씨가 몸을 뒤채는 바람에 잠수복모자만 벗겨졌으며, 이때 박씨가 배 쪽으로 헤엄쳐 가려하자 이번엔 허리를 덥석 물어 물 속으로 끌어들인 후 곧 달아났다.

<추적>
선장 임씨는 배를 몰고 쫓아가려 했으나 상어가 물깊이 들어가 사라졌기 때문에 방향을 몰라 추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또 상어가 워낙 거대해 사고지점일대는 마치 5t크기의 배가 지나간 듯한 물자국이 남았으며 워낙 빠르게 일어난 일이라 상어가 1마리뿐이었는지 혹은 2마리 이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씨의 사망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이날 하오 3시쯤 사고해역에서 북쪽으로 2.5㎞쯤 떨어진 안면읍 승언리 4구 앞 해상을 지나던 어성호 (3.67t·선장 정일봉·51)가 박씨의 잠수복과 내복 및 박씨의 몸에서 나온 내장 등을 건짐으로써 사망이 확인됐다.

<대피>
사고직후 박씨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하던 한씨와 강홍란씨 등은 곧 협동호에 올라 탔고 이들보다 뭍가까이에서 물질하던 다른 해녀들도 즉시 육지로 대피했다.
안면읍 어촌 계장 전효임씨는 해녀들과 임씨의 말로 미루어「모도리상어」인 것 같다며 안면도 근해에선4, 5월을 한철로 상어 2천 여마리가 잡히지만 대부분이 1∼2m길이의 작은 종류들이며 사람을 습격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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