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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서 3시간 '세코이아 국립공원'을 가다

미주중앙

입력

세코이아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사인.
세코이아 국립공원 내 대형 나무들.
국립공원 곳곳에 있는 산불로 타나 남은 나무들.

3000년을 한 자리에 우직하니 서있었을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 앞에섰다. 그 나무 역시 끊임없이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판화가 이철수씨의 책 ‘마른풀의 노래’에 판화그림과 함께 담긴 글이다.

나이 2500살로 추정, 키 83m, 둘레 31m, 껍질두께만 61cm, 무게는 1385톤.

생존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 셔먼장군(General Sherman)의 사이즈다.

지난 23일 셔먼장군을 만나러 세코이아 & 킹스캐년 국립공원(Sequoia & Kings Canyon National Parks)을 찾았다. 국립공원은 LA에서 200마일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로는 3~4시간 정도 걸린다.

세코이아 국립공원은 캘리포니아의 등뼈라고 할 수 있는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1890년 9월 첫 번째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다음으로 국립공원에 지정됐다. 연간 200만 명이 찾고 있다.

셔먼장군을 만나기 위해서는 공원입구에서 1시간여를 차로 구비진 산길을 더 올라야 한다. 7000피트까지 오르는 난코스다. 하지만 1시간여의 산길은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다. 워낙 구비진 길이어서 긴장하며 운전해야 하는 탓도 있지만 올라갈수록 달라지는 산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에는 남가주에 있는 여느 숲과 그리 다를 바가 없지만 어느 순간 하늘을 찌를 듯한 쭉쭉 뻗은 나무들로 전경이 바뀐다.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마저도 다르게 느껴질 정도다.

1시간 여 올라 도착한 곳은 울버턴(Wolverton) 주차장. 주말을 맞아 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많아 가까이에 있는 셔먼 트레일 주차장은 이미 만차다. 어쩔수 없이 좀 더 올라 울버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을 이용했다.

셔먼장군의 풍채는 듣던 대로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위세가 등등했다. 나무 바로 아래서 꼭대기를 쳐다보려면 고개를 완전히 90도로 젖히고서야 볼 수 있을 만큼 하늘로 솟아있다. 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람의 발 아래 놓인 작은 달팽이같은 미물로 느껴질 정도다. 쉽게 설명하자면 자유의 여신상(73m)보다 10m가 더 크고 그 너비는 3차선 도로를 막을 정도에 무게는 지구상 동물 가운데 가장 큰 흰긴수염고래를 10마리 합친 것 이상이다.

셔먼장군을 조금만 벗어나면 더 한적한 산길이 나오는데 숲의 정령이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이 신비하고 고요하다. 셔먼장군 못지 않게 큰 나무들이 적지 않다. 또 뿌리째 뽑혀 쓰러진 나무며 불에 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세코이아 나무 등도 만날 수 있다.

사실 국립공원 곳곳에는 길고 짧은 트레일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는데 공원 내에 유명 스팟을 가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석구석 하이킹해 보는 것도 세코이아 국립공원의 즐기는 방법이다. 사진 한 장 찍고 끝나는 관광스타일은 사실 세코이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내려오는 길에 세코이아 박물관을 찾았는데 세코이아 나무의 생존과 환경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박물관 주변에도 경치 좋은 트레일들이 있으므로 둘러보면 좋다.

이외에도 국립공원 내 유명 스팟으로는 모로락(Moro Rock)과 터널로그(Tunnel Log) 등이 있다.

세코이아 국립공원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최소한 2박 3일 정도는 잡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킹스캐년도 함께 둘러보길 권한다.

●세코이아는

미국삼나무라고 불리는데 인디언 부족인 체로키족 추장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서식한다. 연간 1.8m씩 자란다. 키가 커서 물관이 위쪽까지 수분을 전달하지 못해 수분의 25~50%는 안개에서 수분을 얻는다.

세코이아가 크게 자랄 수 있는 이유는 두껍고 단단한 껍질과 껍질에 있는 타닌 성분 때문으로 질병과 병충해 그리고 화재로부터 나무를 보호해준다.

●가는 길은

5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99번 북쪽방면 프리웨이를 타고 계속 오른다. 65번 북쪽 프리웨이를 타고 가다가 198번 하이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 보면 세코이아 국립공원이 나온다.

●입장료는

차 한 대 기준 20달러로 일주일 간 출입이 가능하다. 걷거나 자전거로 들어갈 경우 10달러다. 연간패스는 30달러, 62세 이상의 시민이나 영주권자는 10달러면 평생 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다.

글·사진=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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