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학우도 경쟁상대" 삭막해지는 고교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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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학입시의 치열한 경쟁이 급우들끼리 공부하는 고교교실에서부터 불붙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내년도 대학입시에서부터 고교내신성적반영률이 금년의 20%이상에서 30%이상으로 높아져 고교성적이 바로 대학진학을, 판가름하게 됐기때문이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이같은 사실을 「7·3O」 교육개혁조치이후 예상해왔으나지난9일 문교부의 발표로 확실해지자 곧 있을 중간시험등을 「대입예시」로 생각, 10·11일 황금의 연휴에도 하교 도서실을 꽉 메운채 공부에 열을 올리며 어제까지의 친한 급우를 치열한내신등급 경쟁 상대로 여기고있다. 이 바람에 일부 고교생들 사이에는 서로간에 학습노트를 빌려주지 않거나 모르는 문제를 가르쳐 주지 않는등 선의의 경쟁 범위를 벗어나 비교육적인 부작용까지 빚어지고있다.
오는16일부터 중간시험에들어가는 서울Y고교의 경우, 시험이 1주일점도 남아있는데도 과거와는· 달리 일요일인 10일아침부터 도서관에는 3백50여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메운채 시험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도서관을 차지하지 못한 학생들은 열람실·직업반 교실등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었다.
이같은 현상은 다른 고등학교들도 모두 마찬가지.
서울 S고교학생 4백여명은 도서관이 내부수리로 문이 닫기자 교실에 흩어져 시험 준비에 골몰했다.
서울M여고도 2∼3학년학생중 20%가 넘는 3백여명이 도서관과 교실에 모여앉아, 공부에 열중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학습열이다.
서울S고교3년 한범희군(17)은 『학생들사이에 겉으로는 별로 변한 것이 없는것갈지만 눈에 보이지않는 경쟁심이 무척 심해져 이제는 서로 노트도 빌려주기조차 꺼린다』 며 두려운 생각이 앞선다 했다. 또 서울Y고교3년 김간욱군(l8)운『친구들이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가 열실히 공부하는 것을 보면 집에서 공부하는것마저 불안감을 느낄 정도』 라며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 뻔하므로 지난해의 1등급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하루1∼2시간씩은 더 공부해야될것 같다』 고 걱정했다.
같은 학교3년 이호정양은 『수업시간에 옆친구가 미처 못알아들은 부문에대해 질문하면 이를 못들은체 무시해버리는 학생마저 있다』고 개탄하고 『만약에 건강이라도 나빠져 결석 한다든지 시험을 못볼 경우가 생길까 두렵다』며 항상 긴장해야하는 학교생활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내신성적반영율 제고조치가 학교밖에서 성행하던 교육을 학교안으로 끌어들이기는 했지만 급우들의 지나친 경쟁의식은 이밖에도 갖가지 부각용을 일으키고있다.
학생들은 문·이과반 편성에 있어 우수한 학생이 몰리는 이과반을 기피, 문과로 몰리는등 정상적인 교육에 차질을 빚고있다.
또 서울S여고에서는 몇몇 학생이 동급생의 시험부정을 투서로 고발하는 일도 일어났다.
서울신일고 안병석교감은 「학생들간에 성적경쟁이 너무 치열해져 정상적인 교우관계를 해칠까 걱정스럽다』 고 말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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