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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30대 '뚱녀' 미국 추월 러시아 비만과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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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서 열린 ‘미스 뚱녀’ 선발대회. 경연을 펼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로이터 / 세르게이 카르푸힌]

조만간 러시아에선 패스트푸드 포장지가 비만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사진이나 비만을 경고하는 글·사진으로 장식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하원의원들이 최근 흡연자의 치아가 썩어가고 폐가 시커멓게 변해가는 그림을 담뱃갑에 넣은 데서 착안한 아이디어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런 제안은 맥도날드사에 대한 정부 감독기관들의 비판에 이어 나왔다. 지난 6월 말 의원들은 맥도날드 햄버거의 품질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이 회사에 경고를 보냈다. 이후 의원들은 KFC와 버거킹 같은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들에 대한 검증도 요구했다. 이는 의원들이 러시아인의 ‘과체중’ 원인을 그들에게 돌리려는 시도다.

  확실히 요즘 러시아인들은 비만에 시달린다. 의학박사이며 고등경제대학 보건관리경제학과 교수인 키릴 나니셉스키는 “러시아인의 체중은 지난 20년간 계속 느는데, 이는 연구조사라든가 예방검사나 건강검진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 대한 의사들의 보고에서 발견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이 패스트푸드에 있는 것은 아니다. 박사는 “원인이 햄버거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음식이 바뀐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소련 시대에는 고기가 부족해 사람들이 채소와 과일을 더 많이 소비했고 음식엔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식료품 부족 현상이 사라지자 사람들에겐 많이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칼로리 섭취가 늘었고 아울러 자동차 보급이 늘고 육체노동이 줄면서 운동량도 줄기 시작해 그 결과 비만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교수에 따르면 소련 시절 과체중 문제는 45~50세 이상 여성들에게서 주로 나타났는데 지금은 나이가 훨씬 내려가 20세 이상 젊은 층에서부터 과체중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30대 여성의 과체중 지표는 미국을 추월했다. 남성들 상황도 좋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성인 중 비만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과체중 인구는 59.8%. 이는 러시아 국민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는 점을 말해 준다.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는 ‘국민 과체중 확산율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 확산은 불균형한 영양 섭취와 관계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인은 동물성 지방과 붉은색 고기, 소시지, 버터를 너무 많이 먹으면서 과일과 채소는 ‘너무 적게’ 먹는다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러시아 청소년층 교복 조사에도 반영돼 있다. 교복 생산업체들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00년대 초부터 학생의 10% 정도가 표준 교복 사이즈에 맞지 않는다. 학생들의 덩치가 더 커지고 살이 더 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남학생들에게 좀 더 심하다.

 학생 비만은 아직 심각하진 않아도 부정적 경향이 관찰되고 있다. 사라톱스키구 가족계획 센터의 내분비학 교수 율리아 조토바는 “과체중은 농촌 지역 학생의 5.5%, 도시 지역 학생의 8.5% 수준”이라고 말했다. 식품영양학자 옐레나 솔로마티나 박사도 교복 생산업체들과 조토바 교수의 의견에 동의를 표시하며 “과체중 학생이 예전보다 현재 훨씬 더 나타났는데 원인은 영양 균형이 무너지고 학생의 식단에 안정제와 방부제, 다량의 설탕을 함유한 식료품이 늘어난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식료품이 자연산이 아닐수록 잘 흡수되지 않고 쌓인다는 게 문제”라며 “과자류 포장지가 아이들의 주의를 끌고 이에 딱히 필요치도 않은 과자를 먹게 되며 이런 식품들은 전보다 훨씬 많아 졌다”고 말했다.

아나스타시야 비탸제바, 마리나 오브라스코바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성인 59.8% 비만 '옐로카드'
소련시절 채소·과일 위주 식습관 경제 좋아지며 고기 섭취 늘어
비만 연령 청소년까지 내려가 햄버거 등에 경고문 부착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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