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건널목서 귀 어두운 할머니 구하려다 뛰어든 40대 여인 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귀가 어두워 전동차의 경적소리를 듣지 못하고 철길을 건너는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40대 여인이 철길로 뛰어들었으나 할머니는 숨지고 여인은 중상을 입었다.
8일 하오 6시30분쯤 서울 온수동 온수교회 앞 경인선 건널목(서울역기점 17·1km)에서 엄우순씨(76·여·서울 당산동2가 163의1)가 영등포에서 인천으로 가던 제299호 전동차(기관사 김이하·39)의 경적소리를 듣지 못하고 건너는 것을 구옥희씨(42·여·서울 봉천본동 158)가 구하려고 철길에 뛰어들었으나 엄씨는 숨지고 구씨는 중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하다.
사고를 본 온수교회집사 이종완씨(73)에 따르면 먼저 철길을 건너간 구씨가 경보기소리를 듣고 엄씨를 향해 『건너오지 말라』고 고함을 치며 손짓했지만 귀가 어두운 엄씨가 이를 알아듣지 못하고 느린 걸음으로 건너오자 열차가 50여m 다가왔을 때 철길로 뛰어들어 엄씨의 손을 잡아당겼으나 미처 열차를 피하지 못했다.
사고가 난 건널목은 간수와 차단기가 없이 열차가 오류동에서 출발하면 경보기만 울리는 3종 건널목이다.
구씨는 야채 행상을 하는 남편 이용우씨(48)와의 사이에 3남을 두고있으며 보증금 30만 원에 월2만원의 사글세방에서 어렵게 살고있는데 어버이날을 맞아 중풍을 잃고있는 시어머니 배길순씨(78)의 병 문안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