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의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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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위의 놀림이 싫어서 15살의 뇌성마비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손발이 부자유스럽고 말이 다른 친구들과 같지 아니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좌절감, 열등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자신의 삶을 회의적으로 느끼게 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한 몇 마디가 크게 자극이 된 것 같다. 흔히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쓰는 「병신」 「바보」라는 말은 장애를 지닌 아동들에게 가슴을 찢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모두가 깨달아 줬으면 한다. 남구현군의 일기를 보면 자신이 주위에 짐스러운 존재가 된 것에 대한 고민이 퍽 컸던 것 같다.
이러한 느낌을 부모님이나 학교선생님들께서 빨리 발견해 이에 대한 적절한 상담이 있었어야 했을 터인데 그대로 남군에게 멍에를 지우고 있었던 것 같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담임선생님은 남군에게 특수학교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학급에 60∼70명의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학생들의 개별지도가 거의 불가능하겠으나 남군과 같은 특수학생의 경우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기회에 학교 상담기능을 다시 한번 반성해 보았으면 한다. 정상아동들에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언행들이 장애를 지닌 아이들에겐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교사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우리들 마음 속의 장애아에 대한 편견을 없애지 않는 한 이들은 계속 소외되고 좌절되고 자기 생에 대한 회의를 느낄 것이다.
만약 남군에게 그 어려운 조건을 이겨가면서 훌륭히 해내는 학교생활에 대해 학교나 가정에서 이를 인정하고 격려해 줬다면 오히려 자신이 성취하고 있는 학교생활에 용기와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남군 주변에서는 그저 안쓰러운 눈으로 걱정이나 해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저런 몸으로 공부해 보았자 이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모두 부정적이지 않았을까. 이 부정적인 생각들이 남군을 자살케 했다. 장애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태도, 긍정적인 태도가 아쉽다. 남군의 희생을 계기로 장애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면 그의 죽음은 매우 값진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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