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근로자 위해 최고 편의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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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회사는 두메산골에 있는 면장갑 공장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산리 유학산 맞은 편 산비탈에 자리잡은 ㈜시온글러브.

전체 근로자 1백여명 가운데 68명이 장애인인 이 업체는 현재 건립 중인 면장갑 제조공장(부지 1천평, 건평 1천2백평)에 국내 최첨단 장애인 시설을 들여놓고 있다.

2층짜리 건물에 승강기가 2대나 된다. 공장과 사무실, 휴게실 등의 10여개 문은 감지기와 원터치 방식으로 작동되는 자동문이다. 장애인 종업원 40여명이 생활하게 될 2층 기숙사엔 샤워실과 사우나실, 휴게실까지 갖춰졌다.

1층 공장 역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기계 사이의 작업공간이 넓게 마련됐고, 열풍기.냉풍기도 설치 중이다. 공장 내부가 너무 덥거나 추우면 장애인들이 일할 의욕을 잃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건설 비용(17억원)이 보통 공장의 2배나 들었다.

이 회사 김원환(37)사장은 "누구나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배려한다는 생각에서 새 공장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金사장의 장애인과의 인연은 1992년 공장을 설립할 때 시작됐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추천한 3명의 장애인을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하루 3천개씩 생산하는 일을 장애인들은 1백개 정도밖에 해내지 못했다.

툭하면 결근을 했고 출근해도 빈둥거리기 일쑤였다. 金사장은 그들을 해고하지 않았다. 교육용 기계를 들여놓고 아픈 동생 돌보듯 그들에게 애정을 쏟아부었다. "6개월 지나니까 능률이 올라가더군요.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요."

이 회사는 생산량의 80%를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 매출 목표는 1백억원. 이 회사는 오는 6월께 장애인 40명을 추가 고용한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대구=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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