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에 새 삶의 길을…서울 영등포 교도소 교정방문협의회 위원-이규 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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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봉사랍시고 정말 멋모르고 뛰어든 세계입니다. 4년 남짓 지나면서 우리가 겉껍데기만 아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를 깨닫게 되었지요.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젠 경건한 마음 하나를 지니고 근신하고 있는 중이라 할까요.』 서울 영등포교도소 교정편지 방문협의회 위원인 이규희씨(46·대한 어머니협 총무)는 4년전 뜻 하나만으로 출소자 보호사업을 시작한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나부터 설명해준다.
당시에도 출소자 보호사업이 단순한 사업은 아닐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일에 뜻으로 동조하는 사람은 많으나 행동으로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을 지니고 시작했다고.
출소자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취업이다. 이씨는 어머니회를 통해 출소한 여성들에게는 자봉틀 기술을 가르치고 남성들에게는 인쇄기술을 가르쳐 그들의 취업을 돕기로 했다. 그들과 함께 진정 고통을 나눌 수 있다면 그들도 뜻을 따르리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성의를 다해보았다.
1백명 가운데 단 하나만이라도 갱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보람을 삼겠다는 기분이었다.
갱생의 매체로 기계는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교외에 1만여 평의 땅을 마련, 이곳에서 농사일을 가르친 적도 있다. 자연이 갱생의 매체로는 가장 효과적이라는 학설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출소자 갱생사업이 가장 활발한 미국의 경우 갱생률은 20%. 우리나라 경우는 그의 4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동안 출소자들과 함께 목놓아 운 적도 많아요. 그러나 인간이 스스로를 포기해버렸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 인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스스로를 포기해 버린 사람」에게는 손을 쑬 방도를 발견하지 못 하겠더라고 이씨는 말한다. 때문에 이씨는 『혹시 나에게 위선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여러번 해 보았다고 했다.
많은 경험을 거쳐 얻어낸 결론은 큰 결과를 기대하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큰 결과를 얻고 싶어하는 자체가 욕심이었다는 이야기다. 또 물질적인 지원이 갱생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결코 아니라고 이씨는 강조한다.
누구든 새 삶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가는데서 길은 열리게 마련이다. 이씨는 이 새 삶에 대한 기대를 재소자나 출소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으로 조그만 소망을 감기로 했다. 한달에 두세번 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그 방법 가운데 하나다. 출소자들에게는 자활을 위해 간단한 도구들을 지급해준다고 출소자 보호사업을 하는 동안 이씨는 가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딸 4명의 교육도 무척 힘에 겨웠다.
그러나 스스로가 엉켜든 서재에 풀어야할 매듭이 너무나 많아 선뜻 포기할 수가 없다고 이씨는 말한다.
다행히 딸들도 어머니의 일을 격려해주는 편이어서 큰 힘이 되고있다고. <김징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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