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수표 위조범을 잡아라|올 들어 17일까지 서울시내에 23장 나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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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 가짜수표의 위조범을 잡아라.』
윤상군 유괴사건과 잇따른 강력 사건 때문에 경찰이 몸살을 앓고있는 가운데 최근 10만원 짜리 위조 자기앞수표가 대량으로 나돌아 초긴장상태.
17일 현재까지 서울시내에 나돈 것만도 모두 23장(은행측 주장·경찰은 7장 주장).
수사관계자는 『70년7월 위조한 1만원권 자기앞수표로 승용차까지 사 타고 다니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영균 사건의 재판이 되는게 아니냐』고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문제의 가짜 수표는 그때만큼 정교하게 인쇄되지는 않았지만 사용수법에서 범인은 한결같이 보통규모보다 약간 작은 상점을 골라 2만원 어치 안팎의 물건을 흥정해 배달해 달라고 한 뒤 10만원 짜리 가짜수표를 내고 거스름돈을 받아 뺑소니치는 교묘한 방법을 쓰고 있어서 피해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짜수표가 경찰에 처음 신고된 것은 지난 1월23일.
이날 상오9시쯤 서울 성산동 농협직매장에 30세 안팎의 청년이 나타나 24㎏들이 일반미 1부대를 성산동213『미숙이네 집으로 배달해달라』며 10만원 짜리 자기앞 수표를 내고 거스름돈 8만2백원을 받아갔다. 종업원이 쌀부대를 들고가 30여분동안이나 성산동213일대를 헤맸으나 「미숙이네 집」을 끝내 찾아내지 못하자 수상히 여겨 은행에 조회해보니 가짜수표.
한 시간쯤 뒤 인상착의가 같은 범인이 낙원동 상가 쌀가게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근처「수성각」앞집으로 좋은 쌀 3말을 배달해달라며 가짜수표를 내고 거스름돈 8만원을 챙겨 달아났다.
범인은 이어 상오11시쯤 삼청동 쌀가게에서 같은 수법으로 8만원, 상오11시30분쯤 내자동 가스대리점에서 가스배달을 부탁하며 8만5천원의 거스름돈을 챙겨 뺑소니치는 등 이날 하루에만 4군데에서 32만5천원을 사기해 달아났다.
피해자 가운데는 배달 갔다가『그같은 사실이 없다』고 하자『수지 맞았다』며 가짜인줄 모르고 다른데에 쓰려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제일은행 종로지점 발행의 10만원 짜리를 모방, 위조한 이 가짜수표는 조금만 관심 있게 봐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진짜와 크기는 같으나 ▲지질이 조금 떨어지고 ▲진짜보다 약간 밝은 색깔의 오프세트 인쇄로 ▲왼쪽 윗부분의 은행마크가 제일은행이 아닌 조흥은행의 것이며 ▲오른쪽 윗부분의 번호가 모두「나070234986」으로 진짜보다 숫자가 하나 더 많다. 또 수표 아래 점선 밑 부분의 숫자(인자)가 「컴퓨터숫자」가 아닌 활자체인데다 지점장 김종성의 사인 인이 찍혀있다(제일은행 종로지점장은 이상속씨이고 지점장대리는 정현준씨).
경찰은 이제까지의 수사에서 위조수표를 사용한 것은 동일범으로 보고 1m70∼1m75㎝의 후리후리한 몸매에 흰 얼굴, 긴 머리에 서울말씨를 쓰고있는 30세 가량의 남자라는 것을 밝혀냈다. <오홍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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