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진 「미-일관계」|미핵잠함의 일화물선 침몰파문 의외로 커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9일 동지나해상에서 일어난 미핵잠함 「조지·워싱턴」호 (6천t)와 일화물선 「닛쇼·마루」(일승환·2천3백50t) 의 충돌사고는 미·일관계에 적찮은 파란을 빚고있다.
일본의 매스컴과 국회는 연일 대미규탄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일정부도 이같은 여론을 배경으로 미국에대한 발언의톤을 높이고 있다.
「스즈끼」(영목) 수상은 15일 국회에서 미국의 태도에 납득할수없는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오는5월초 「워싱턴」서 열리는 양국수뇌회담에서 이문제를 따지겠다고 했다.
이제까지 자동차문제·방위부담문제로 몰리기만하던 일본이 이 사건을 걸고 넘어져 대미거래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눈에 보인다.
항해하던 배끼리 충돌하는 사고는 흔히 있는 일인데도 미국이 이 사건으로 크게 몰리는 이유는 가해자라는 약한 입장외에도 사고처리과정에서 보인 석연치못한 행동때문이다. 이 사고로 「닛쇼·마루」가 침몰하고 15명의 승무원중 13명은 고무보트를 타고 18시간을 표류한끝에 해상자위대에 구조됐으나 2명은 끝내 행방불명됐다.
일본국민들은 『미국이인명을 존중하는 위대한국민으로 알았는데 이번사건으로 일본인은 여전히 「잽」 (2차대전때 일본군인호프 경멸해 부른말)으로 경시하는것이 아니냐』 (조일신문독자투고)고 흥분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해 미국정부는 「레이건」의 사과친서를 보내는등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사건경위에 대해서는 일체임을 다물고있다.
이런 미국의 침묵이 오히려 약점으로 해석되어 일본에서는 대미규탄의 소리가 더 높아지는 느낌마저 주고있다.
지상해명의 열쇠를 쥐고있는 미국이 입을 열지 않자 일본신문들은 상상력을 총동원, 온갖 추측기사로 지면을 메우고있다.
사고원인만 해도 ▲음파탐지기등 잠수함 계기고장설 ▲단순한 조함 미스설 ▲함내트러블설이 나오는가 하면 ▲화물선을 훈련대상으로 삼았다는 악의에찬 추측까지 하고 있다. 물론 이번 사고에대한 의문점이 많은것은 사실이다.
최신 장비를 갖춘 원자력 잠수함이 머리위를 지나가는 2천t급 이상의 화물선을 치받았다는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않는다.
잠수함이란 해상의 표적에 대해 자신의 위치를 숨기면서 공격하는 것이 기본 임무이기 때문.
다만 전투임무도 아니면서 「우연의 사고」라 해도 민간선박을 받았다면 즉각구조를 했어야 하지않는가고 일본측은 주장하고 있다.
사고를 낸 「조지·워싱턴」호가 다른 잠수함과는 달리 미전약핵무기 「폴라리스」 핵탄두를 적재하고 있기때문에 비밀유지를 위해 선원구조를 외면하고 대일통보도 늦어졌을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하간 고의성이란 있을수없고 극히 드문 우연한 사고가 명백한 미잠수함과 일본선박의 충돌사고로 미·일관계가 굳어져가고 있는것만은 분명하다.【동경=신성순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