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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명 버스 타고 청와대 앞 규탄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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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시 ‘장외’로 나갔다. 지난해 8월부터 101일간 서울시청 앞에 천막당사를 치고 ‘노숙투쟁’을 벌인 지 1년여 만이다. 이번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 유가족 3자협의체’ 구성이 명분이다. 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침낭과 세면도구를 준비해오라’는 문자를 돌렸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26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대여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민의 목숨을 외면하는 국가는 있을 수 없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 요구에 응답할 때까지 유가족과 국민 곁에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결의대회에는 문희상 상임고문, 원혜영 의원 등 8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결의대회 후 의원들은 단체로 버스에 탑승해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다시 정부·여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우상호 의원은 “참고 참다가 청와대에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과 대화를 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이 농성 중인 청운동 사무소 앞에 찾아가 “야당의 역량이 부족해 원망이 많은 것을 안다. 이제 유가족과 손잡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따로 또 같이’라는 방식으로 투쟁을 진행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의원 전원이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함께한 뒤 거기서부터 4개 조로 나뉘었다. 박영선 위원장과 유성엽 의원은 김영오(유민 아빠)씨가 입원해 있는 시립 동부병원으로, 2조는 청운동 사무소 앞 유가족 농성장으로, 3조는 문재인 의원이 단식 중인 광화문 농성장으로, 4조는 폭우 피해가 발생한 부산으로 내려갔다. 광화문 농성장을 찾은 의원들은 8일째 동조단식 중인 문 의원을 여전히 ‘후보님’이라고 불렀다. 문 의원을 찾은 의원 숫자는 40명이 넘었다. 천막이 복잡해지자 의원들이 자체적으로 조를 나눠 문 의원을 면담했다.

 ▶김영록=“후보님을 국회로 모셔 가려 왔습니다. 투쟁대열에 같이해주셔야….”

 ▶문재인=“청운동에서 가족들한테 싫은 소리 안 들었나요.”

 ▶김영록=“마지막으로 한번 기회 더 줄 테니 제대로 하라고….”

 ▶문재인=“삼세번이죠. 야단맞아 가며 사과도 해가며 그렇게 하는 거죠. 어쨌든 유민 아빠가 단식을 멈춰야 되는데. 오늘이 44일째인가요? 뭐 어차피 한계에 이르렀으니 그렇게 오래가진 않겠지요.”

 다른 조가 들어왔다.

 ▶오영식=“괜찮으신지.”

 ▶문재인=“네 괜찮습니다. 턱선이 좀 살아났죠? 허허.”

 ▶이미경=“빨리 민주당으로 돌아가야지, 새정치가 내 옷 같지가 않아.”

 ▶문재인=“김영오씨가 3자협의체가 가동되거나 대통령이 유족들만 만나줘도 단식을 풀 것 같은데….”

 이날 거리로 나갔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오후 8시30분 국회 예결위회의장으로 복귀해 의원총회를 열었다. 오후 9시부터는 정혜신 박사가 국회에 찾아와 의원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유 강의’를 진행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달 말까지 상임위별로 조를 편성해 매일 비상총회를 하기로 했다. 이날 안행위·정무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 20여 명이 예결위회의장에서 철야농성을 벌였다.

 ◆‘귀태’ 발언 홍익표 또 막말=홍익표 의원이 25일 페이스북에 “조중동과 새누리당의 유민 아빠에 대한 인신공격과 음해공작이 도를 넘었다. 배후에 국정원의 개입설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홍 의원은 “정부, 여당은 차마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그러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 최악의 패륜집단”이라고도 주장했다. 일부 언론의 김영오씨 가족사 보도를 이유로 정부·여당, 김씨 보도와 관련이 없는 언론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26일 홍 의원을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에도 박 대통령을 ‘만주국의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 박정희의 후손’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키면서 원내대변인 직에서 물러났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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