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무책임의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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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봄은 어린이들을 집밖으로 끌어낸다. 어디 어린이들 뿐인가. 어른들도 가만히 방에서 시간을 보내질 못하는 것이 봄인가 보다.
벌써 산과 들엔 개나리와 진달래가 유난히 밝게 피고 엊그제께 부턴 창경원의 밤 벚꽂놀이도 시작되었다.
자연이 기지개 켜고 일어나는 이 봄철에 인간생활의 활기찬 모습들이 전개되는 것은 당연하다할 것이다.
겨우 발걸음을 떼어놓기 시각한 어린이들로부터 허리를 펴기조차 어려운 나이든 노인들까지 주춤주춤 문밖으로 나서게됨도 역시 당연하다.
지난 주말, 그 자연의 부름에따라 봄나들이를 나선 인파는 무려 1백만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봄나들이 인파속에서 엄마를 잃고 아우성쳤던 어린이들도 적지 않았다.
봄철에 우선 걱정되는 것이 바로이 미아사고다. 잠깐동안이라도 부모를 잃고 울부짖을 때의 어린이가 겪는「절망감」을 흔히 어른들은 대단찮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시절의 미아경험은 참담한 인생실패의 경험으로 어린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수는 없을까.
또 잠시동안의 미아는 그래도 다행이겠으나 영원한 미아사고는 어찌할건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말할것도 없고 부모잃은 어린이의 운명은 더욱 고달플 것이다.
봄철 어린이사고중엔 교통사고도 결코 적지않다. 집앞 골목길에서 놀던어린이가 트럭에 치여 숨지는가하면 정유장에 멈춰있는 시내버스가 신기해 만지고 놀던 어린이가 바퀴에 치여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지난 12일 서울신림동 왕댁가에선 길가에 세워둔 타이탄 트럭밑에 들어가 놀던 어린이가 차바퀴에 치여 그자리에서 숨지기도 했다. 길을 건너려고 달리는 꼬마들이 참화를 입는경우는 비일비재로 많다.
문밖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엄마가 계곡에서 빨래하는 사이 웅덤이에 빠켜 숨지는 어린이가 있는가하면 때이르게 물을 찾아 놀던 하동들이 급류에 휩쓸리는 것도 이때다.
봄철사고가 반드시 문밖에서만 생기는것도 아니다. 마당에서 놀던 어린이가 플래스틱 물통에 빠져 사고를 겪는 경우도 있고 위험한 장난감 놀이중에 불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어제 중앙일보보도에 따르면 이밖에도 쥐약묻은 번데기를 먹고 숨진 어린이와 솜이불에 질식돼 목숨을 잃은 아기의 이야기도 볼수있다.
이같은 사고들을 살펴보면서 새삼우리사회의 무지와 무책임과 방호함을 통감하지 앉을수 없다.
사고의 책임은 어느 일면 사고의 피해당사자에게도 있다고해서 우리가 과연 이 피해 어린이들에게 책임을 물을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비록 무책임과 몰염치에 익숙할대로 익숙해있는 사회라해도 이것만은 그렇게할 수없을 것이다.
자녀사랑은 뒤질세라 겉으로 유난스럽지만 실제로 우리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고 즐길수있는 시설과 장소는 충분히 마련되어있지 않은것이 현실이다.
그럼 어린이 보호의 사회적 관심과 훈련은 잘 되어있는가. 교통사고의 태반은 운전자의 주의부족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곁들여 어른들이 어린이들 보호에 너무 무관심하고 무신경한 것도 반성해야겠다. 쥐약묻은 번데기사고에 이르러서는 그저 아연실색할 밖에 없다.
봄은 분명 꽃피는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이 좋은 계절에 무고한 어린이들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사고는 빈발하고 있다.
이 어린이 봄철사고를 막기위해 부모들이나 이웃들의 보다큰 주의가 요청되거니와 사회나 행정의 차원에서도 이젠 좀더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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