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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에게|"10년 후의 자기모습을 그려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금년에도 각급 학교로부터 많은 졸업생들이 사회 초년생으로 새 출발을 했다.
국가발전의 원동력인 젊은 역군들의 전도에 무한한 축복을 보낸다.
나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얼룩진 근세사의 격랑에 휩쓸려 숱한 좌절과 신고의 연속이었다.
동네에서 가장 부자이던 정미소 주인을 선망하며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가난하게 자랐던 나는 법관이나 관리가 되기를 바랐던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고 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진정한 민족의 힘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내 나름대로의 큰 뜻을 품고 조도전대 이공분야로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8·15광복을 맞았으며, 좌익유학생들의 유혹과 협박·폭력 등 여러 고비를 넘긴 뒤 고국으로 돌아왔다.
해방된 조국의 산하에서 내 나라 내 겨레의 번영을 위하여 신명을 다 바쳐 일해 보겠다고 나의 젊은 가슴은 고동쳤으나, 극도의 사회혼란과 함께 공산주의자들의 음흉한 흉계를 알고는 하루 빨리 강력한 국군을 육성하는 것이 시대의 급선무임을 깨닫고 육사에 입교했다.
곧 이어 6·25가 터져 3년여 숱한 사선을 넘나들며 동족상잔의 전장을 전전한 나는 학창시절의 낭만과 분방함을 누리지 못하고 어느덧 국가 간성의 한사람으로 배출돼 있었다.
이렇게 하여 20대의 청년기를 보내는 동안 나는 상아탑 속에서보다는 뜨거운 역사의 현장에서 더 많이 배우고 느끼며 사생관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때 내가 체득한 인생관은『절대적 절망은 없다』는 것이었다.
끝간데를 모르고 기승을 부리던 일제의 압제도 끝내 허망하게 무너졌고 그토록 내 젊은 가슴에 절망과 울분만을 충만케 했던 동족상잔의 비극도 중단이 있었다.
정열이 많아 상처도 많이 받았던 나는 중첩된 시대적 절망과 상처를 겪고 난 뒤에 이 세상에는 아무리 암담한 것일지라도 절대적인 절망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둡고 사나운 폭풍의 밤이 지나면 밝고 따스한 태양이 다시 떠오른다는 진리를 확연히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사회의 선배로서 충고한다면 『10년 후의 자기의 모습을 그려라』는 한마디다.
다 같은 사회 초년생들이지만 각자의 출발선은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학창시절에 착실한 준비를 쌓아 두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기양양해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준비가 부족하여 의기소침해 있거나 방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직 인생의 연륜이 길지 않은 젊은이들로서 10년의 시간단위란 상당히 불명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허망 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10년도 잠깐인 것이고 무엇을 이루려면 최소 10년은 걸리는 것이 세상사다.
아직 10년 후의 자기모습이 모호한 사람은 몇 밤이고 진지하게 10년 후의 청사진을 구워내야만 한다.
인생은 건물과 같아서 청사진이 확정되어야 비로소 주춧돌을 놓을 수 있다.
일단 10년 후의 자기모습이 뚜렷이 나타난다면 그에게는 두려움이나 수치심은 사라지고 용기와 자부심이 셈 솟을 것이다.
그에게는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다만 10년 후가 중요한 것이다. 이공분야를 택했던 인연인지 나는 불혹에 들어 이 나라에 제철소를 건설하라는 대임을 부여받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나는 제철사업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없었다.
다만 제철업은 방대한 자본과 고도의 기술, 경험을 요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는 대부분 실패했다는 사실만 듣고 있었다.
그러나 절망은 없다는 신념만을 붙들고 모든 가능성을 두드리며 11년을 땀흘린 결과 포항제철은 세계 11위의 대 제철소로 성장했고 선진국들도 기적이라며 경탄하고 있다.
『10년 후의 자기 모습을 그려라』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다시 한번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이제 책임의 반이나마 이룩한 나는 다시 10년 후의 청사진을 구워본다.
1990년 한국은 연산 2천만t이상의 10대 철강국 대열의 앞장에서 있을 것이다.
사회 초년생들이여-.
현재의 발 밑을 내려다보지 말고 10년 후의 자기 모습을 바라보라.
그대들은 지금 기나긴 마라톤 코스의 출발선에 서 있다.
그대들은 교만한 토끼가 되지 말고 어리석은 거북이가 되어라. 대우는 대현이라고 했다.
자,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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