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승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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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괴는 과연 두려운 존재일까. 우리는 매년 이 무렵이면 북괴가 발표하는 유일한 통계숫자인 예산을 통해 그 단면을 비교해 볼수 있다.
북괴의 이른바「최고인민회의」에 보고된 금년예산은 총규모가 1백16억2백만달러다. 우리 예산규모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예산편성 방법이 전혀 다른 남북사이에 예산규모만을 놓고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다만 군사비의 절대액수는 비교해 볼만하다. 81년의 경우 북괴는 17억5백여만달러, 우리는 41억달러. 우리쪽이 무려 2.4배나 많다. 총예산과의 대비에서도 우리는 36.7%, 북괴는 14.7%로 나타나 있다.위
구조적으로 우리쪽의 국방비지출이 훨씬 많아 보인다.
그러나 북괴의 숫자는 마치「숨은 그림」찾기와 같이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 우선 북괴는 지난 67년부터 종래의 이른바 「민족보위비」라는 명칭을 「국방비」로 바꾸어 그 명목으로 매년 총예산의 30%이상씩을 지출해 왔었다. 그러나 72년부터 별안간 그 비율이 15%이하로 뚝 떨어졌다. 바로 그 해가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연도인 것을 기억하면 이 비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대
북괴가 군사비를 숨겨두는 비목은 인민경제비와 사회문화시책비. 이를테면 군수산업의 경우는 「인민경제비」라는 숲속에 가리어져 있다. 군사훈련비, 부대의 시설물, 병영과 막사등도 사회문화시책비속에 들어있다. 군부대의 건축물을 짓고, 땅굴을 파고, 토치카를 건설하는 것은 모두「사회보장」사업의 하나로 계상된다. 학교를 짓는 것과 똑같이 평가하는것이다.
숫자의 신빙성도 문제다. 이런 예도 있었다. 1960년 북괴는 군사비가 총예산의 13.1%라고 발표했었다. 그 10년후인 1970년 11월 2일 이른바 노동당 5차대회때는 1960년도의 군사비가 19%였다고 보고했다. 무려 6%나 차이가 있다. 초과집행도, 발표도 모두가 임의대로다.
그런 타성을 아는 전문가들은 북괴의 실제 군사비지출이 발표액수의 2배내지 2.5배는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군사비의 경우 절대액수보다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저력이 중요하다. 저력이란 바로 국민총생산(GNP)으로 나타난다. 북괴는 GNP의 13%를 군사비에 쓰고 있다.
우리는 GNP의 6%정도다.
물론 GNP 그 자체도 차이가 난다.
78년의 경우 북괴의 GNP는 1백5억달러, 우리는 그 보다 2.3배 많은 4백60억달러였다. 그 이듬해(79년)는 더욱 격차가 벌어져 우리 쪽이 북괴보다 무려 4.8배나 많은 6백10억달러를 기록한다.
이런 숫자들이 웅변하는 것이 있다.
「경제전쟁」에서 이기는 자가 최후의 승자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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