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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밖 2명 떠내려가며 살려달라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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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물이 차오른 절 법당을 둘러보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20~30m 떨어진 하천에 버스가 떠내려가고 있었다. 닫힌 유리창 안에서 남자 2명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경남 창원시 지황사 법혜 스님·56)

 “버스 밖에선 30대와 50대로 보이는 남자 2명이 급류에 쓸려가면서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집에서 10m쯤 떨어진 곳이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이미숙·50·여)

 2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덕곡천에서 일어난 시내버스 침몰사고 목격담이다. 사고가 난 버스는 마산합포구 진북면을 출발해 승객 5~6명을 태우고 창원역으로 가던 중이었다. 경찰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평소 다니던 도로가 물에 잠기자 시내버스가 길을 바꿔 덕곡천을 따라가는 제방도로를 달리다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는 제방도로 역시 물에 잠겨 버스 바퀴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버스는 앞부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뒷부분은 거의 가라앉은 채 20m가량 떠내려가다 다리에 걸려 멈췄다. 하지만 이내 전체가 가라앉았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승객을 구하러 떠내려가는 버스를 따라갔으나 순식간에 가라앉아 손쓸 겨를이 없었다”고 전했다.

 오후 3시쯤 경찰과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급류 때문에 두 시간 가까이 손을 쓰지 못했다. 비가 잦아들고 버스가 반쯤 드러난 오후 4시50분쯤에야 대학생 안모(19 )양의 시신을 버스에서 인양했다. 이어 기중기로 버스를 건졌으나 운전기사 정모(55)씨와 다른 승객 4~5명은 없었다. 사고 직후 버스에 탔다가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족들이 현장을 찾아 생사를 물어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창원소방본부에는 박모(40)와 이모(33·여) 부부와 김모(20·여), 또 다른 이모(63·여)씨 등 진동 주민 4명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119구조대는 밤늦게까지 인근 진동만 등에서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밤늦게까지 생존·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영상출처:지황사 법혜 스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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