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총장 윤일선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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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화를 내지 말아야해요. 감정과 우리 몸은 생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바로 영향이 옵니다.
크게 화를 내게 되면 부신수질에서 혈관수축작용 「호르몬」이 나와 혈압이 오르지요.』
전 서울대총장 윤일선 박사(86·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 이사장)는 의학자답게 「성내지 않는 생활」의 중요성울 이론적으로 역설한다.
『감정이라는 것은 성냥개비에 불이 붙는 것과 같습니다. 바로 끄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번지면 대화재가 되지요.』
윤 박사는 『자신은 언제나 흥분을 목 아래에서 가라앉힌다』며 이것은 요즈음 많은 이들이 시달리고 있는 「스트레스」의 해소법도 된다고 했다. 즉 좋지 않은 감정을 머리까지 끌어올리지 않는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감사하는 마음과 말하기 전에 한번 생각하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윤 박사는 우리들은 필요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은 쓸데없고 필요없는 말이라고 지적한다.
「좋은 입으로 나쁜 말 말라」는 것이 그가 많은 제자들에게 들려준 경구다.
『나 자신에게 화내지 않는 마음을 키워주는 것은 미술과 음악입니다. 전시회와 음악회는 거의 빠지지 않고 갑니다.』
이 습관은 80이 되어도 변함없어 모인 「팜플렛」만도 키를 넘는다고 했다.
윤 박사의 또 다른 특징은 결벽증에 가까운 청결주의.
『젊어서는 병원문고리도 만지지 않았답니다.』부인 조영숙 여사(80)는 윤 박사의 일면을 이렇게 귀띔한다.
하루에 손을 씻는 것도 10여 차례. 이런 청결주의가 어려서부터 가냘펐던 윤 박사를 80평생 지켜왔는지 모른다.
『신외무물입니다.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것의 근본입니다.』
신외무물이란 내 몸과 정신이 없으면 그 외의 다른 것도 있을 수 없다는 나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윤 박사 선친의 말씀이다.
그의 놀라운 청결주의도 이 말에서 비롯된 듯하다.
여학생의 새하얀 교복「칼라」처럼 깔끔함이 똑똑 떨어지는 윤 박사는『이제는 덤으로 산다』고 여기고 후학들과 우리의 과학진흥을 위해 마지막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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