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학재단 국가헌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운사의「위대한 평범」은 청주대학교의 모체인 대성학원설립자 금원근·영근형제 얘기다.
이들이 모든 재산을 털어 대성보통학교를 시작한지 10년째 되던 33년 기념식에서 청주지방법원의 일본인판사는 축사를 통해 『그대는 돈의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을지라.
많이 모아야 하겠으니?설령 법에 위반되는 일을 하여서라도 많이 모아서 쓰라. 나는 법관의 신분으로 적극 원조하겠노라』 고 했다는 말을 적고 있다.
이화학당을 설립할 때의 일화도 있다. 2차대전이 일어나면서 이전을 운영하던 서양사람들이 쫓겨나자 일제는 학교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그때 김활난 씨를 중심으로 한 교직원들이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원산퇴기 주태경씨가 조건 없이 10만원을 내놓았고 이 돈으로학교법인 이화학당이 설립됐다. 김활난 씨는 일제에 뺏길뻔한 이화여전을 건져준 주씨의 희사가 고마와 학교구내에 그의 동상을 세웠다.
사학의 설립자나 학교법인에 대한 투자가 나라 없는 당시 상황으로는 그만큼 돋보였을 것이다.
백인엽 씨가 사유재산 10억여원을 선인학원에 내 놓았다. 어떻게 모은 돈이든 예사일은아니다. 그런데 백씨는 또 설립자이자 교주의 입장으로 선인학원의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했다.
학교법인의 재산은 학교가 있는 동안 한 푼도 빼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사유재산의 국고헌납과는 다르다 .
그 재산은 학교를 운영하는 데만 쓸 수 있을 뿐. 따라서 백씨의 선인학원 헌납선언은 운영권을 내놓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모든 적법절차를 밟아 헌납될 때 국가가 이들 학교를 국·공립으로 운영할 수 있는선택의 여지는 있다.
백씨의 헌납진의는 그 자신만이 아는 일. 다만 백씨가 만의 하나라도 선인학원건설과정에서 빚은 사회적 물의는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것이었다는 뜻을 그같은 행동으로 표현했다면 개운 찮은 여운이 남는다. 지금도 사학을 세우고 사학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사람들을 사회나 국가가 존경하는 까닭은 이들 모두가 관학이 할 수 없는 영역을 해내고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권순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