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 채금석씨|70평생을 술·담배 모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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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적당한 운동과 절제생활 이 두 가지야말로 건강만세라 하겠구먼요. 한번「트레이닝」복 입고 운동장에 서보면 다 알겠구먼요.』50여 년 전 경성축구단의 일원으로 경평전·중국원정 등 화려한「플레이」를 보여줬던 원로축구인 채금석씨(74·전북 군산).
아직도 공만 보면 피가 끓는다는 채씨는 지금은 조기축구회의 축구할아버지로, 지방체육의 숨은 공로자로 더욱 알려져 있다.『요즘 선수들은 정신력이 과거보다 못해요. 그게 가장 큰 문제구먼요. 평생 술·담배 모르고 운동장에서 뛰다 보니까 건강관리에는 적당한 운동이 최고라는 생각밖엔 없어요.』
그는 7년 전 뇌졸증으로 사경을 헤매다가 끝내 한쪽 다리가 마비되었을 때도 불굴의 의지로 재생했다.
『창밖에 어린 소년들이 신나게「볼」을 차는 게 언뜻 보였어요. 갑자기 이 채금석이가 이태로 끝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구먼요. 그래 매일 쇠창살을 잡고 일어나는 운동을 계속했지요.』
결국 1년만에 완전히 회복하고 다시 운동장에 섰다.
후에 자신이 쓰러진 원인을 생각해 보니 추운 겨울에 냉수마찰을 하고 갑자기 더운 방에 들어간 것이 원인이었다고 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과 신경이라 쉽게 재생이 된 것 같아요. 어쩌면 젊었을 때의 약속덕분인지도 모르지만…』
18세 때의 어느 날 채씨는 시합에 나가려 축구화의 끈을 매면서 당시 같이 뛰던 김용식씨(72)와 굳게 다짐했었다는 것.
술·담배·도박·여자에 빠지지 말고 한번 멋지고 철저하게 운동을 해보자고-.
그는 이 약속만은 지금도 깬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운동을 보는 것은 좋아해도 직접 운동장에 나가는 것은 아주 꺼려하는 것 같다며 인생에 있어서 건강과 자신감은 바로 운동장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내가 어려서는 공이 없어 돼지 오줌통에 바람을 넣어 찼구먼요. 지금은 얼마나 여건이 좋습니까.』
『한번 내 손으로 축구재목감 하나 만들어 볼 랍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동네 어린이들과「볼」을 차며 지내지만 상오에는 군산제일 중-고교에 나가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는 게 일과.
채씨의 자그마한 방은 각종 상패와 감사장·축구인형들이 가득 차 언제나「트레이닝」복 차림의 채씨와 하나로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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