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참치 먹지 마라" 미국발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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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 보호 잡지인 컨슈머리포트가 임신부는 참치를 아예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컨슈머리포트는 21일(현지시간) 다량의 수은이 포함된 참치는 태아의 미세 운동 능력과 말하기, 숙면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임신부는 모든 종류의 참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2005년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분석에 사용된 통조림 참치 샘플 중 20%는 FDA가 공고한 수치의 두 배나 되는 수은을 함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170g의 통조림 날개다랑어에 6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황새치에 170㎍의 수은이 함유됐다는 것이다. 미 소비자동맹의 진 핼로란 식품정책 담당 국장은 “우리는 임신부들이 모든 종류의 참치를 먹지 말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수산협회는 “컨슈머리포트에 과학적 조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FDA와 세계보건기구(WHO)가 행한 수백 건의 연구에 따르면 참치와 같은 해산물 섭취는 완전히 이롭다”고 반박했다.

 컨슈머리포트의 권고는 FDA 지침과 정면으로 부닥친다. FDA는 임신부와 수유 중인 여성에게 주당 227~340g의 생선 섭취를 권장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생선은 기름기 없는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태아의 성장과 발육에 유익하다는 이유였다. FDA는 수은 함유량이 낮은 연어·새우·대구·역돔·메기·참치를 고르고, 수은 함유량이 높은 옥돔·상어·황새치 등은 피하라는 권고도 덧붙였다. FDA는 컨슈머리포트 권고가 나온 뒤에도 생선 권장 지침을 고수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산부에게 참치 등 심해성 어류를 주 1회 100g 이하로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시판되는 가장 작은 참치 캔(100~150g) 1개 분량이다. 임신·출산 전후의 여성뿐 아니라 유아에게도 적용된다.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통일된 섭취량 권고 기준은 없다. 미 FDA가 제시한 임산부의 참치 적정 섭취량은 주 1회 170g 이하다. 일본은 주 1회 60~80g 이하로 가장 엄격하다.

 동원참치 관계자는 “국내 참치 캔에 들어가는 참치는 수은 함량이 1㎏당 0.045㎎로, 기준치의 4.5%에 불과한 반면 영양소는 풍부한 가다랑어나 황다랑어 같은 작은 참치여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노정래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참치는 전혀 안 먹어도, 너무 많이 먹어도 뇌신경 발달에 좋지 않다”며 “먹지 않을 경우 다른 식품으로도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과다 섭취를 더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경진·김혜미·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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