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연례 행사…출연·고료 인상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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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방송계의 봄은 해마다 뒤숭숭하다. 작가들을 비롯, 탤런트·가수·성우 등 방송과 관계 있는 연예인들이 해마다 봄이 되면 원고료와 출연료를 올려달라고 방송국을 상대로 투쟁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예인들은 연예인들대로 뒤숭숭하고 방송국은 방송국대로 협상을 벌이느라고 골치를 썩이고 있다.
원고료 및 출연료 인상은 비단 작가·탤런트·가수·성우뿐만 아니라 「코미디언」·각종 프로그램의 사회자나 DJ·국악인·악단 출연료 및 편곡료까지 곁들이고 있어 인상을 둘러싼 진통의 폭은 상당히 넓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작가·성우들이 포문을 열어 원고료와 출연료 인상 투쟁을 시작했다. 작가들은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열고 원고료를 50∼70% 올려줄 것을 KBS와 MBC에 통보키로 했다.
지금의 원고료는 TV 매일 연속극 (25분 기준)이 7만7천원, 주간 연속극이 23만4친5백원, 주간 단막극 (1백장)이 25만9천5백원이다.
작가들은 이런 수준으론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작가들에 이어 성우들도 3월2일 이사회를 열고 출연료 인상 기준을 마련, 각 방송국에 통보키로 했다. 현재 성우들은 전속의 경우 7만원에서 20만원까지 월급을 받는다. 이밖에 외화 더빙으로 수당을 받는데 1시간짜리가 3만8천3백원, 30분이 1만7천4백원이다. 비전속 성우는 20분 「드라머」의 경우 1만6백원에서 1만4천원까지로 탤런트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성우 협회 오승룡 이사장은 『아무리 못 올려도」 1%는 꼭 올려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가장 초점이 되는 「탤런트」들과 가수들도 각각 인상액을 정해 발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방송계는 태풍 전야처럼 긴장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이들의 인상 투쟁은 어느 해 보다 과격해 작가들은 집필 거부, 탤런트·가수들은 출연 거부로 방송국은 한 때 외화·「다큐멘터리」등의 「필름」으로 열흘 넘게 방송 시간을 메우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때 이들의 인상 요구는 60% (탤런트)에서 2백% (가수)였고, 한달 가까운 협상 끝에 결말을 본 인상폭은 43% (탤런트)에서 1백72.5% (가수)였다.
이에 따라 현재 받고 있는 탤런트와 가수의 출연료는 다음과 같다.
탤런트는 10분 기준으로 특 A급이 2만2천1백원, A급이 1만9천5백원. 주간극의 경우는 10분 단위로 30%를, 30분 이상일 경우엔 50%를 추가 지급 받는다.
이밖에 출장 녹화일 때는 일당과 철야 수당으로 하루 1만4천원에서 2만2천원을 받는다. 따라서 A급 「탤런트」의 경우 매일 극 1편, 단막극 1편에 출연한다면 월 2백40만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가수는 1급의 경우 TV에서 3곡을 노래할 경우 기본 출연료가 2만6천원, 녹음비 7천8백원, 안무비 6천5백원, 추가 지급 5천2백원 등 모두 4만5천5백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그러나 연예인들은 이런 출연료가 빛 좋은 개살구 꼴이라는 푸념이다.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의상비·미용비·교통비·세금을 제하고 나면 밑지는 경우가 많다고. 특히 「컬러」방영이 되면서 의상비가 엄청나게 들어 출연료의 대부분이 의상비로 나간다고 울상이다.
작가 및 연예인들이 일제히 대우개선을 요구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인플레」에도 영향이 있지만 그 보다 각 방송국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대한 당연한 반응이라고 연예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81년의 경우 KBS는 시청료를 포함, 1천1백억원, MBC는 4백억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한 「탤런트」는 『방송국의 수익 중 순수익은 일부에 지나지 않겠지만 연예인들이 생계에 위협받고 있는 실정은 방송국의 성의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요구에 대해 방송국 측의 입장은 좀 다르다. KBS의 최서영 이사는 『방송은 수천명의 종사자들이 합심해 이끌어 간다. 그런데 최근 5∼6년간 사원들의 급료인상은 고작 20%안팎으로 그쳐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연예인들도 이점을 인식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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