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백지신탁제 위헌소지 없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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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7대 국회의 경우 7개 경제 관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 157명 중 주식을 보유한 의원은 전체의 37.6%인 59명이다. 이 중 14명은 소속 상임위 활동과 관련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공직을 통해 입수된 정보가 의원 개인의 재산증식에 이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취지에서 추진 중인 제도가 백지신탁제다. 얼마 전 정치권과 경제계 등 사회 운영 주체들이 체결한 반부패 투명사회 협약에도 백지신탁제의 도입이 명기되어 있다. 열린우리당은 백지신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에 별다른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투명사회 협약 실천협의회를 구성해 엊그제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백지신탁 대상의 범위가 집중 논의됐다고 한다. 결론은 주식 이외에 부동산도 신탁 대상에 포함하되 신탁재산의 관리기관이 신탁 부동산을 임의로 매각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신탁 부동산의 임의매각이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밝힌 대로 신탁 부동산의 임의처분은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이유에서 고위공직자의 보유 주식에 대해서도 비슷한 잣대가 적용되는 게 옳다고 본다. 공직에 있는 동안 보유 주식에 대한 재산권과 의결권 행사를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이 옳다. 권력과 정보를 악용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탁한 보유 주식을 수탁기관이 임의로 처분케 해서는 안 된다. 사유재산을 임의로 처분케 한다면 위헌의 소지가 있다. 특히 제도 도입 이전에 취임한 공직자에 대한 법적 배려도 필요하다. 더불어 주식 매각이 공직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최후적 수단인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위헌 논란 없이 객관성을 보장하는 우회적인 장치 마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