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또 어두워지듯. 하루를 순리대로 살고싶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오늘 하루가 내 맘대로 살아지기를 바란다. 아침이 되면 해가 뜨고 저녁이 되면 어두워지듯이 그렇게 오늘 하루를 순리대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저녁에 또 아침이면 생각나는 그런 바람은 나이 들수록 진하게 되풀이되는 나의 기도.
세상은 쉴새없이 변화하고 내 형태도 그침 없이 움직일 것이다. 결과는 꿈에 불과하다. 결과가 없다 하더라도 오늘 시시각각으로 변모하는 나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데 그것이 나의 이상인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나의 현재를 찾아 그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진정하고 참으로 순수해야 될 나의 시간.
그런데 왠지 나는 늘 불안하다. 어떤 일상이 나를 흐트려 놓고자 하는 것 같고 멸망시키려 하는 것 같다. 나의 작업은 그런 나를 집중시키는 방편이기도 한데 거기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로 하여 나의 공간을 확보하고 실로 한치만큼의 진행을 위하여 오늘도 설렘으로 하루가 흐른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지금을 행위로 하여 규명하며 나의 형태는 부끄러울 것도 없고 또 부끄러워하지도 말자. 그런 현재 그대로가 바로 나인 것이고 그것을 순간마다 살아가야 되는 것이 나의 책무가 아닐까.
아, 사물의 신비여. 지금 보고 또 이따가 보아도 세상에서 처음 보는 신기한 풀잎. 지금보고 또 이따가 보아도 늘상 새롭게 몸짓하여주는 신의 섭리. 어릴 때 뒷동산 바위틈에 피어나던, 그 이름 모를 너무도 작고 핏빛으로 물들었던 한두 송이 꽃이 자꾸만 내 가슴속에서 자라나는 기적. 글·그림 최종태<조각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