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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심층취재|윤상군사건을 계기로 알아본 수법과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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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가장 악랄한 범죄-어린이 유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헐육의 정」을 미끼로 이루어지는 유괴사건은 가장 가증스러운 것이다. 이는 다른 범죄와 달리 범행기간중 유괴된 어린이는 물론, 부모나 가족들은 생사조차 확인못한 채 가장 큰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증오 받아야 할 범죄다. 아직도 우리들의 뇌리에 생생한 부산의 효주양 유괴사건을 비롯,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4∼5건의 어린이 유괴사건이 발생, 그때마다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조두형군사건(62년9월10일)때는 모든 우편집배원이 조군찾기에 나섰으며 사건 해결이 어려워지자『두형이를 돌려다오』라는 가요까지 나와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었다. 윤상군 유괴사건을 계기로 유괴사건의 심층을 파헤쳐본다.

<동기>
경찰이 분류한 우리나라 납치유괴의 동기를 보면 ▲금전관계▲원한관계▲인신매매▲무자녀 심리▲정신이상자에 의한소행등으로 대별된다.
외국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나 사상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유괴사건이 많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유괴는 아직 1건도 없었다.

<거의 금품노려 범행>
두차례에 걸친 유괴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효주양 사건이 금전을 노린 대표적인 유괴사건.
1차 유괴사건의 범인 매석환은 5천만원을 효주양 부모에게 요구했었으며 2차사건의 범인 이원석은 무려 1억5천만원을 몸값으로 요구했었다. 또 우리나라 전 집배원들까지 사건해결을 위해 나셨던 조두형군 유괴사건(62년9월10일)의 범인도 가족들에게 20만원을 요구했으며,박춘우군사건(요구액30만원), 최현우군사건(30만원), 김대현군사건(50만원), 명재응군사건(1천3백만원), 강형석군사건(2백만원)등이 금전을 빼앗으려는 사건들이었다.
이들 사건은「사업자금」을 일시에 마련해 보자는 빗나간 일확천금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들이다.
이들 사건들은 대체로 지능이 낮고 충동적인데 비해 원한에 의한 유괴사건은 휠씬 더 치밀하고 개획적인 것이 특징.
원한으로 유괴한 경우 범인들은 어린이를 대개 부모와 동일시하는 심리가 작용, 어린이를 살해하거나 물리적인 힙을 가하는 것이 상례다.
또 소매치기·앵벌이·가정부등으로 쓰기위한 인신매매용 유괴사건이 60∼70년대 사이에 자주 일어났으나 이 유형은 이젠 거의 자취를 감추고있다.「무자녀」의 동기에서 남의 어린이를 유인하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형 범죄.
75년9월 충주 대신여인숙주인 왕준석씨의 딸 호섭양(당시 3세)유괴사건의 경우 이 여인숙에 투숙했뎐 윤락녀 이송자(27·여)가 데려다 기르기 위해 저지른 것.

<수법>
유괴 수법은 유인과 납치 두가지가 있다.
유괴범은 대개 돈이나 과자·장난감을 주어 유인하거나 부모나 선생님의 심부름을 가장하여 유인하는 것이 초보적인 수법이다.
개중에는 『길을 알려달라』『부모가 기다린다』는 등 어린이의 순진성과 영웅심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두차례의 효주양 납치사건의 경우 유인과 납치등 두가지 수법이 모두 쓰였다.
1차 유괴사건때(78년9월15일)범인 매석환은 『아버지가 사업관졔로 피신해있는데 아버지에게 데려다 주겠다』고 속여 효주양을 유인했었다.
또 75년8월7일 서울용두동 강형석군 유괴 살해사건때도 범인 김모군(16) 은 집앞에서 놀던 강군에게 『어머니가 장난감 가게에서 기다린다』고 속여 60여m띨어진 폐차장으로 유인했었다.

<치밀한 계획과 수법>
이와반대로 효주양 2차유괴사건(79번4월14일)의 범인 이원석이 등교길의 효주양올 강제로 납치, 대기해놓은 승용차「트렁크」에 싣고 달아났었다.
일단 유괴에 성공하면 부모에게 전화 또는 편지를 보내는 것이 후속수법. 「무자식」또는 인신매매를 위한 유괴나 정신이상자의 범행일 경우에는 소식이 끊어지지만 금전관계, 원한관계에 의한 유괴사건은 반드시 부모에게 연락, 금전 또는 요구조건을 밝히게 된다.
이 경우 범인들은 유괴어린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부모에게 알리기 위해 어린이의 친필에 의한 협박편지를 보내거나 육성이 녹음된 「테이프」를 보냈다.
어린이의 생존을 「인질」로 범행을 성공시키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이다.
또 유괴범들은 접선장소를 번갈아, 바꿔가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려고 기도한다.
74년4월18일 발생한 서울 김대현군 유괴사건의 경우 범인은 19차례에 걸쳐 부모를 협박, 다방 화장실·인적이 드문 다리·서울 변두리 저수지등으로 돈을 갖고 나오라고 요구했었다.

<외국의 예>
1932년 대서양 첫횡단비행으로 명성믈 날린「찰즈·A·린드버그」의 아들 유괴살해사건이 대표적인「케이스」-.
범인은 몸값 5만「달러」를 받고도 어린이를 살해, 미국은 이사건을 계기로 유괴범에 대한 사형제도를 만들었다.
63년에는 미국「캘리포니아」주의「호텔」에서 가수겸 배우인「프랭크·시내트러」 의 외아들이 유괴돼 몸값 24만 「달러」물고 풀려났다.
74년2월 극좌단체인 이른바 공생해방군(SLA) 에 신문왕「랜돌프·허스트」의 딸「퍼트리셔」양(당시19세)이 납치돼 온 미국이 떠들썩 했다.
「퍼트리셔」양은 그뒤 SLA강도단에게 세뇌, 그들과 함께 은행을 습격했다가 검거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76년1월「프랑스」의 인구 12만명인 소도시에서「벨트랑」군(당시 8세) 이 유괴, 살해됐을때 이 도시 주민의 약반수인 5만명이나 장례식에 참석, 조의를 표했다.
일본의 경우 한달 평균 10건이상의 어린이 유괴사건이 발생, 그중 매년 15명정도가 살해되고있어 큰 사회문제가 됐다.
이같은 유괴사건에 대해 나라마다 유괴범에 대해서는 중벌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몸값을 요구한 유괴범에 대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최고 사형까지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형제도 폐지국인 「프랑스」는 10년이상 무기, 「브라질」은 8년이상 무기등 중형으로 다스리고 있다.
「나치」 독일에서는 유괴범에 대해서는 모두 사형에 처하는 특별법(53년 폐지)을 제정했었다.

<유괴사건의 보도>
신문등 보도기관들은 유괴사건기사는 어떤 성질의 기사보다 신중히 다루고 있다.
어린이가 실종 또는 유괴됐다하더라도 즉각 보도하지 않고 부모들이 공개수사를 원할때에야 비로소 보도하는 것이 관례-.
이는 유괴기사를 섣불리 다루다가 범인믈 자극, 피해자의 생명을 해칠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 효주양 1차유괴사건때 가족과 경찰이 언론계에 보도관제협조를 요청, 각 언론기관들은 33일 뒤인 10월17일 범인 매석환이 잡히고 효주양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사건 수사경위등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이같이 보도를 미루는 것은 한 어린이의 생명이 신속한 보도보다 우선하기 때문.

<초기엔 비밀수사로>
윤상군 유괴사건 역시 보도기관들은 그동안 윤상군의 안전을 위해 보도를 삼가왔으나 가족들과 경찰이 공개수사를 원하게 됨에 따라 뒤늦게 보도하게 된것이다.
한국 신문윤리위원회와 편집인 협회가 정한 「유괴사건에 관한 보도지침」은 원칙적으로 유괴사건의 보도를 금지하고 있다.

<예방빚대책>
유괴사건을 미리 예방하는 1차적인 책임은 부모들에게 있다.
수사관들은 『유괴사건이 아무리 흉악한 범죄라 할지라도 부모들이 평소 자녀들에게 철저한 예방교욱을 시키거나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사판들이 부모들에게 권유하는 예방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낯 모르는 사람이 주는 돈이나 장난감·과자선물과 극장구경등 이유없는·선심을 받지않도록 자녀들에게 교육시켜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집을 찾아온 친지가 어린이에게 돈이나 선물을 줄때 직접 전하지않고 일단 부모가 받았다가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습관을 들여놓아야 한다.
둘째, 등·하교때 길거리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 바로 학교 또는 집으로 가도록 지도해야 한다.
특히 저학년 어린이는 반드시 부모·가족이 동반하거나 2∼3명의 이웃 어린이가 함께 다니도록 해야한다.
셋째, 집밖에 나갈때는 반드시 부모·가족들에게 행선지와 돌아올 시간을 말하고 허락을 얻어 나가도록 해야한다.

<범인자극하면 "위험">
또 이경우 집이나 학교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진 경우에는 같이 오는 어린이들의 부모들 가운데 1명이 대동, 어린이들을 유괴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등 우연한 사고로부터 보호해야한다.
넷째, 어린이들에게 유별나게 좋은 옷이나 팔뚝시계등 귀중품을 사주어서는 안된다.
돈을 노리는 유괴범은 어린이의 의복·장신구를 보고 부유층 자녀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때문에 화려한 옷차림은 스스로 유괴사건을 불러들이는 것과 같다.
다섯째, 가정부·자가용 운전사등 고용인을 쓸 경우 사전에 신분을 정확히 파악해 두어야한다.
특히 20세 전후의 이같은 고용인들은 돈의 유혹에 쉽게 빠져 충동적으로 주인집 자녀를 유괴하기 때문에 이들이 보는 앞에서 재력을 과시하는 것은 피해야한다.
여섯째, 유괴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지체없이 경찰에 신고, 수사에 협조해야한다.
범인들의 협박에 속아 자칫 신고를 미루는 부모들도 있는데 이는 위험천만한 일.
신고가 늦을 경우 범인들에게 증거를 없앨 시간여유를 주는 결과가 되어 사건해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수사관들도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수사하고 있느니만큼 경찰을 믿고 즉각 신고해야한다.
일곱째, 「택시」운전사나 시내「버스」안내양들은 자기자녀가 아닌 듯한 어린이를 데리고 타는 승객을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 유괴를 범행 초기단계에서 해결해야 한다.
유괴범을 못잡았을 경우 제2 또는 제3의 범행이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는 공동체의식을 갖고 수상한 어린이 동반자는 즉각 신고하여야 한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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