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앞으로 굽은|전투기가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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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투기들이 공중전을 벌일 때 빠른 속도로 후진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게될지도 모른다.
이는 비행기가 정말 뒤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날개가 지금의 후퇴익에서 전방 경사익으로 바뀌는데서 오는 시각적인 착각 때문.
사진에서 보는바와 같이 전투기의 두 날개가 뒤쪽으로 젖혀지지 않고 앞쪽으로 젖혀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학설은 이미 1930년대부터 나왔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모양의 비행기를 만든다는 것은 날개가 공기저항에 견디지 못해 불가능했었다.
요즘 들어 금속보다 더욱 단단하고 가벼운 「플래스틱」·탄소섬유 등 재료혁명이 일어나면서 다시 한번 전방경사익 전투기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전방경사익을 주장하는 기술자들은 이런 비행기가 재래식 후퇴익에 비해 3가지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전투기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는 항력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항력은 어떤 물체가 액체나 기체 속을 빠르게 지날 때 이 물체가 나가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잡아당기는 유체의 힘.
전투기가 음속, 또는 그이상의 속도를 내면 그만큼 항력도 커져 비행기 꼬리를 잡아 다니는 결과가 되고 이로 인해 비행기의 앞쪽이 들리면서 속력이 떨어진다.
이런 현상 때문에 조종사들은 음속보다 빠른 전투기를 갖고도 공중전에서는 음속이하의 속력으로 싸울 때가 많았다.
현대의 공중전은 대부분 적기를 발견, 한판으로 승부를 겨루게되어 적기를 만났을 때의 자세·속도가 승패의 열쇠가 된다.
전방경사익 비행기는 항력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항력이 약하므로 충분한 속도와 원하는 자세를 갖고 공중전에 임할 수 있다.
둘째, 활주거리가 짧다는 점이다.
전방경사익은 보조날개를 포함, 넓은 표면적을 갖고 있어 속력의 조절이 쉽고, 따라서 뜨고 내릴 때 후퇴익 비행기보다 활주거리가 짧으면서도 안정성을 갖는다.
셋째, 장점은 동체의 설계가 쉽다는 점.
비행기의 몸통은 연필 같은 일자식 보다「코카·콜라」병 같이 허리가 잘룩 해야 항력이 적어지는데 지금까지는 기름을 많이 넣기 위해 이런 설계를 할 수 없었다.
전방경사익 비행기는 주 날개를 훨씬 뒤로 보냄으로써 자연적으로 중간을 가늘게 할 수 있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현재 미국의「그루먼」·「로크웰」2항공회사는 전방경사익 비행기 개발연구계약을 체결하고 설계에 들어갔다. <이코너미스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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