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유지인양|의사 주문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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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하는 일이 단조롭고 정서가 없는 일이라 가능한 한 다양한 취미를 살리고 정서적인 것을 접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역사소설도 읽고 가벼운 소품중심의 음악도 열심히 듣는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 확실히 긴장이 풀리고 다음날 병원에서의 일에 새로운 의욕과 힘이 솟는다.
「텔리비전」도 즐겨보는 편이다. 내가 유지인양의「팬」이 된 것은 3년 전이다. 그전에도 유지인양은 영화며 「텔리비전」에서 폭 넒은 인기를 얻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청순하면서도 개성 있는 연기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환자가 왔는데 유양 이었다. 평소호감을 가졌던 연예인이 제 발로(?) 찾아 왔으니 나는 퍽 반가 왔다. 그녀는 무릎에 통증이 있다고 찾아왔는데 진찰 결과 대단한 증세는 아니었다. 직접 얼굴을 대하니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는 덜 예쁜 것 같아 약간 실망(본인에겐 실례)은 했지만 쏘아보는 듯한 맑은 눈이며 또박또박 하면서도 사근사근한 말씨는 역시 큰 매력을 주는 아가씨였다.
나는 평소 연예인이라면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온데다 더욱 유양이 연기가 더욱 돋보여 열렬한 「팬」이 됐다.
유양이 출연하는 「텔리비전」「드라머」를 보면서 나는 아내에게 대단한 평론가나 된 것처럼 그의 연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한다. 그러면 아내는 미소를 띤 채 열심히 설명을 들어주는 척 하기도 한다.
유양은 그 뒤부터 연말이면 꼭 그녀의 사진이 곁들인 「크리스머스·카드」도 보냈고 때때로 안부전화도 하면서 건강에 대해서도 묻곤 했다. 그녀는 나를 아주 믿음직하고 든든한 「팬」으로 인정한 셈이다. 전화가 오면 나는 곧잘 그녀의 연기에 대해 평도 하곤 하는데 그녀는 늘 귀담아듣고『선생님·말씀대로 연기를 좀 더 잘 하겠다』며 까르르 웃기도 한다.
그녀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일까, 나는 유양에 대해 불만도 없지는 않다. 기막힌 연기(동시녹음 영화였던 『심봤다』등)를 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아주 맥없는 연기를 해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그녀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은 그녀의 연기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성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성실히 일하는 자세가 그녀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주문배(고려병원 신경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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