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지켜 외길 43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어린 제자들과 헤어지는 것이 섭섭하지만 보람찬 43년이었읍니다』-. 21일로 정년퇴임 하는 청운중학교 김낙승 교장은「외길 43년」이「보람」이었다며 20일 마지막으로 교정을 둘러보았다.
김 교장이 어린 학생들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1938년 경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영등포에 있던 경성 우신심상 소학교 훈도로 교단에 섰을 때. 고등보통학교 재학 때 겪은 광주학생운동의 영향을 받아 일체를 이겨내는 길은·어린 세대를 가르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뒤 한번의 외도도 없이 국민학교 17년, 중·고교 26년을 한눈팔지 않고 교단을 지켜왔다.
우신 소학교에서 김 교장 학급의 학생이었던 이준영씨(55·유진기업 대표)는 정년퇴임 소식을 듣고 달려와 일본인 교장의 눈총을 받아가며 우리말로『고향의 봄』을 가르치던 40 여년 전의 스승을 회상했다.
또 경기여고 재직 때 학생이었던 정금자씨(45)는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도록 하고 친자식처럼 사랑했던 일, 몸이 허약한 학생들의 가슴에 표지를 달게 하고 그들을 특별히 보호한일 등 인자하고 자상한 김 교장의 성품을 되새겼다. 우연하게도 정씨의 막내아들도 김 교장의 제자.
김 교장이 43년을 일관해서 제자들에게 강조해온 교훈은『네가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라』는 것.
특히 남을 가르칠 젊은이들이 일반 직업인과 똑같이 금전적 보상과 생활의 안락 등을 따져 저울질하려는 태도를 못 마땅해 했다.
그래서 교생실습 하러 오는 대학생들에게 『교사직을 직업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일찍 그만 두라』고 권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30살에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원에까지 가 배움을 쉬지 않은 김 교장은 교직에 처음 들어설 때보다 엄청나게 늘어난 학생수로 사제간이 소원해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정년퇴임 뒤에도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것이 마지막 바람이라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