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민들 7년간 마을 청소 … 가재·도롱뇽 사는 청정 지역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3면

1 느티장승 산촌생태마을 주민들이트랙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2 마을 입구에 있는 자연생태체험장 계곡. 3 아이들이 모내기 체험을 하고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느티장승 산촌생태마을을 아시나요?” 아산시 송악면 종곡리에 있는 느티장승 산촌생태마을은 면적의 82%(227㏊)가 임야다. 외지인이 늘면서 마을은 환경오염 몸살을 앓았다. 이를 보다 못한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2007년부터 마을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생태마을 사업을 벌였다. 이후 해마다 방문객이 넘쳐나는 살기 좋은 마을로 거듭났다.

느티장승 산촌생태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시원한 숲 터널이 나온다. 터널 속 마을길을 따라 ‘졸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2007년 이 마을은 산림청으로부터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 대상 마을로 선정됐다. 마을 주민들은 2007년부터 3년간 모두 12억원을 투입해 석장승과 마을 체험관을 건립하고 계곡·숲을 정비했다. 2012년엔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신규 사업 전국 공모에 뽑혀 이야기가 있는 테마형 체험관광지로 태어났다. 충남교육청, 아산시 체험마을협의회와 자매결연을 맺어 매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하지만 이 마을은 7년 전만 해도 방문객의 발길이 끊긴 적막한 곳이었다. 일부 외지인이 계곡에서 자주 불법 도축을 해 썩은 냄새가 진동했고, 곳곳에 음식물 쓰레기와 술병이 쌓였다. 그때마다 주민들은 마을 청소를 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외지인이 버린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마을의 자랑거리인 자연환경을 더 이상 보존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자 당시 이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머리를 맞댔다. 주민들은 산촌생태마을 사업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아 날마다 계곡을 다니며 정화활동을 펼쳤다. 마을 안내, 풀 뽑기, 눈 치우기 등에 너나 없이 모두 나섰다.

청소차가 오는 날에 맞춰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배출하는 등 늘 깨끗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부녀회는 친환경 세제를 쓰는 등 주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마을 생태계는 되살아났다.

사계절 체험 프로그램 운영

생태마을 지정과 함께 주민들의 노력으로 낮에는 가재·도롱뇽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반짝이는 별과 함께 반딧불이 춤추는 청정 지역이 됐다. 주민들은 마을을 견학하기 위해 찾아오는 외지인과 휴양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장승제가 이 마을의 자랑이다. 느티장승마을이라는 이름처럼 해마다 음력 대보름 때 종곡리만의 장승을 만든다. 마을에는 현재 60여 개의 장승이 있다.

 생태체험 코스도 있다. 아산 지역 어린이집 아이들이 1년에 네 차례 찾아와 생태체험을 한다. 현명기(49) 이장이 아이들을 태운 트랙터를 몰고 마을을 다닌다. 아이들은 계곡에 사는 잠자리 유충, 물방개, 물장군 같은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한다. 봄에는 고로쇠 수액 채취, 표고버섯 따기, 모내기 체험을 하고, 여름에는 감자·고구마 캐기, 옥수수 따기, 계곡 체험, 반딧불이 관찰을 한다. 가을에는 생태놀이, 벼 수확 및 탈곡, 메뚜기 잡기를 하고, 겨울엔 얼음썰매·눈썰매 타기, 쥐불놀이를 즐긴다.

 일년 내내 할 수 있는 체험으로는 장승·솟대, 짚풀 공예품 만들기가 있다. 마을에 열 가지 코스를 마련해 각각 미션을 수행하는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일명 ‘러닝맨 체험’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지정된 열 곳으로 이동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마을에 대한 인상을 서로 얘기한다.

현 이장은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나섰기 때문에 악취가 나고 지저분한 마을을 청정 지역으로 되살릴 수 있었다”며 “주민들이 솔선수범해 노력한 덕분에 체험 프로그램으로 부수입을 얻을 수 있어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살기 좋은 동네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지역에서 와 농사를 짓고 있는 이웃도 20가구에 달한다”며 “주민들이 힘 모아 마을을 변화시키면서 정이 넘치는 화목한 동네가 됐다”고 덧붙였다.

글=최정열 객원기자 sead60@naver.com, 사진=채원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