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 생존자 상당수가 1년 6개월 이상 정신과적 상담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단원고 생존자 75명 가운데 20~30명을 상담한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양모씨는 20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들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설명했다. 양씨는 사설 해병대 캠프 사건, 마우나 리조트 사건 등 피해학생의 심리치료를 맡아왔다.
양씨는 “아무리 밝아 보이는 학생도 악몽 때문에 잠에서 깨는 등 증상이 없는 아이가 없다”며 “굉장한 고통이 올 수 있는 기념일 반응(2015년 4월 16일)을 잘 넘기는지 살필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앞으로는 75명 전체가 아닌 개개인이 극복해야 할 것을 파악해 개별적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1년 또는 1년 반 이상 치료·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각각 진단된 단원고 학생 2명의 소견서를 법정에서 제시했다.
생존 학생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트라우마 증상이 있느냐는 질문에 양씨는 정의구현, 생존자 죄책감 등 두 가지 특징을 거론했다. 정의구현이란 자신이 당한 사고가 도저히 설명되지 않을 때 책임이나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고 생존자 죄책감은 다른 사람을 구하지 못한 데 따라 나타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유가족은 진술권을 얻어 "유가족도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자식을 잃은 부모는 특별법을 위해 싸우고 있고, 자식들 돌봐야 하는데 같이 있을 시간도 없고 마음 쓸 여력도 없어 자식들한테 죄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