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우유 소비처를 늘린다|작년에 제품 254억원어치 쌓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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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유가 팔리지 않아 쌓인 제품 재고가 8천 4백여t, 돈으로 따져 2백54억원에 이르러 커다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수산부는 우유재고가 더 이상 쌓일 경우 낙농가와 유업계에 큰 파란이 올 것으로 판단, ▲「아이스크림」에 우유를 더 많이 넣고 ▲우유학교 급식을 1백만명으로 늘리며 ▲남아도는 전지분유를 송아지 사료로 쓰는 한편 ▲우유생산 능력이 나쁜 젖소는 과감히 내다 팔도록 낙농가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14일 농수산부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제조에 우유를 더 많이 넣는 문제는 「크림」에 넣는 유지방함량을 현재의 3%에서 4월 1일부터 6%로 올리기로 보사부와 이미 합의를 봤다는 것이다. 유지방함량을 3%에서 6%로 올리면 우유 약 6만t을 더 소비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에 우유의 유지방함량을 높이면 영양과 맛은 좋아지지만 값은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해 관계부처는 ▲값을 올리는 방안 ▲값은 그대로 두고 크기를 작게하는 방안 ▲특별소비세율(10%)을 낮추는 방안등을 검토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작년에 국민학교학생 60만명에게 지급했으나 올해는 이를 1백만명으로 늘려잡았다.
보조급식)17만명)의 경우 20g짜리 전지분유를 68원에 팔되 70%인 48원은 본인이 부담하고 30%인 20원은 보조해준다. 1백 80cc짜리 시유는 90원을 받되 90%인 81원은 본인부담이고 10%인 9원은 보조해준다.
유상급식(83만명)은 학교장과 유가공업체가 협의해 학생들에게 싼값으로 우유를 공급하는 것으로 시중에서 1백30원씩하는 1백80cc짜리 시유를 1백원씩에 팔도록 했다.
농수산부는 학교급식을 통해 올해 약 5천t의 우유를 소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남아돌고 있는 전지분유를 송아지 사료용으로 활용키로 하고 우선 올해업계에서 4백여t을 낙농가에게 싼값으로 되팔기로 했다.
이밖에 우유생산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우유생산이 적은 젖소는 모두 육용으로 내다 팔아 낙농가의 적자를 줄이도록 호소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약 18만두의 젖소가 있으며 이를 선발하면 약 10%정도 도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농수산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유제품 재고상황은 전지분유가 4천7백여t, 탈지분유가 1천3백여t, 조제분유가 8백50여t, 연유 1천4백여t으로 모두 8천3백40여t으로 싯가로 치면 2백54억원의 가치가 재고로 쌓여 업계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78년말의 재고량 6백81t(17억원어치)에 비하면 12배, 79년말의 2천6백38t(80억원어치)에 비하면 3배가 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도 하루 1천3백여t씩 우유가 생산되고 있고 소비량은 1천2백t에 머물러 하루 1백여t씩 계속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작년과 올해에 우유적체가 심해진 것은 경기침체와 지난해의 「콜레라」발생으로 우유소비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유가공업계와 낙농가들은 오는 5월 이후의 성수기에 다소 소비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워낙 물가고로 가계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나 우유소비가 크게 늘기는 어려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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