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타고 16년…대학을 나서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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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민학교에서 대학까지 16년-「휠·체어」를 벗한 학교생활이 올해 끝났다. 소아마비로 걸을 수 없는 몸인지라 길고 험한 수련의 길이었다.
국민학교 입학식 날 두 살 위인 언니가 하얀 손수건에「방귀희」라고 쓰인 내 이름표를 왼쪽 가슴에 달고 나대신 줄 서 있는 것을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쳐다만 보던 생각이 아직도 내 머리 속에는 생생히 남아있다.
그때의 심정을 굳이 말하고 싶진 않다고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한 것은 국민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아는 사람 손 들어봐요.』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손을 들었지만 선생님은 나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있는 힘을 다해 들어올린 손이 겨우 머리에도 못 미쳐 있고『저요저요』하는 소리는 개미소리만 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때 내가 굳이 손을 들지 않더라도 선생님께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귀희」는 분명히 알고 있으리라고 인정해줄 수 있을 만큼 노력하기로 했다.
거리상의 이유도 있었지만 용의 꼬리보다는 닭의 머리가 되고 싶어 무학여고에 수석합격 했으며 엄마의 권유로 동국대불교대학에 들어가 수석으로 졸업했다.
수석졸업보다는 오히려 심오한 불교철학을 통해 인생을 배운 것에 보람을 느낀다.
졸업했다고 해서 학업이 끝난 것이 아니다. 대학원에 진학했으니 대학에서 보다 더 깊게 열심히 공부하고 지금 같아선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환경이 허락한다면 미국에 가서 인식 학이나 사회학을 공부해 우리불교와 연결시켜 사상의 큰 맥을 찾아보고 싶다.
왜냐하면 현대는 물질문명에 눌려 우리의 정신생활이 점점 오염돼 가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많은 인격과 지식을 쌓은 후에 교수가 돼 남에게 좋은 말을 해 줄 수 있고 또 나아가서 깨우쳐 줄 수도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나는 이제까지 걸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걸어 갈 것이다.
▲57년 서울 출생
▲76년 동대 불교과 입학
▲81년 불교학과 수석졸업 동국대 불교대학원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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