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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창 닮은 남성이 젊은 여성 2명 따라가는 듯한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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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수창 제주지검장(검사장)이 체포된 지난 12일 제주시 중앙로의 한 건물 CCTV에 기록된 영상. 김 검사장과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성이 두 젊은 여성을 따라가는 듯한 뒷모습과 앞모습이 각기 다른 두 대의 CCTV에 찍혔다. 촬영시간은 음란행위 신고 1시간50분 전인 오후 10시10분이고, 위치는 김 검사장이 체포된 관사 인근 분식집에서 150m 떨어진 곳이다. 김 검사장은 그간 “저녁식사 직후 멀리 산책을 나갔다”고 해명해 왔다. [CCTV 캡처]

대로변 음란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김수창(52) 제주지검장(검사장)의 사건 당일 행적에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음란행위가 경찰에 신고되기 약 1시간50분 전에 김 검사장과 인상착의가 흡사한 남성이 젊은 여성 2명을 뒤따라가는 듯한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잡혔다. 김 검사장이 체포된 분식집 앞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에서 찍힌 영상이다.

 본지는 19일 제주시 중앙로의 한 병원·학원 건물에 설치된 4대의 CCTV에 촬영된 영상을 입수했다. 8월 12일 오후 10시10분22초부터 10시11분26초까지 1분4초 분량이다. 처음 분홍색 윗옷을 입은 여성과 짙은 상의에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여성 등 2명이 건물 1층 유리문 출입구를 열고 들어온다. 그 뒤를 짙은 녹색 티셔츠에 흰 바지 차림의 남성이 따라 들어선다. 이 남성은, 옷차림은 물론 용모까지 김 검사장과 비슷하다.

 1층 복도를 걸어가던 두 여성은 화장실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고, 뒤따라가던 남성은 여성들을 흘깃 본 뒤 가던 방향으로 계속 걸어 들어온 쪽과 반대편 출입구로 나간다. 건물 밖으로 나온 남성은 유리로 된 출입문을 통해 건물 내부를 살피려는 듯 계속 뒤를 돌아보다가 사라진다. 남성이 사라진 방향은 김 검사장이 체포된 분식집과 관사가 있는 쪽이다.

19일 오후 김수창 검사장이 제주시 관사에서 빠져 나가며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JTBC 화면 캡처]

 영상에 나온 두 여성은 1분 앞서 약 100m 떨어진 건물에서 촬영된 CCTV에도 나온다. 두 여성이 지나가고 잠시 후 한 남성이 빠른 속도로 뒤따라가는 장면이다. 이 동영상에서는 남성의 인상착의를 구분할 수 없었다.

 김 검사장은 앞서 사건 당일 행적에 대해 “저녁식사를 한 뒤 멀리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체포된) 분식집 앞 테이블에 앉아 쉬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여성 2명을 뒤따라가는 남성이 찍힌 건물처럼 체포된 장소 부근에는 없었다는 의미다.

 한편 김 검사장 사건을 수사 중인 제주경찰청은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사건 당시 현장 CCTV에 찍힌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영상은 보여 주지 않고 말로 설명만 했다. “CCTV에 음란행위라고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장면이 잡혔다”며 “(남성의) 바지 지퍼가 열려 있었다”고 했다. “특정 부위가 노출됐느냐”는 질문에는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경찰은 또 “같은 시간대에는 CCTV에 남성 한 명만 나온다”고 덧붙였다. <본지 8월 19일자 14면>

 경찰은 현장 CCTV에 나오는 남성이 김 검사장인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국과수는 이날 영상이 찍힌 현장에서 실측 조사를 했다. 영상 속 인물의 키와 보폭이 김 검사장과 일치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CCTV 분석 결과는 이르면 20일 중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영상 분석 결과에 따라 사건이 곧바로 종결될 수도 있다”며 “김 검사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경찰은 김 검사장을 체포했을 때 소지품 검사를 하면서 김 검사장의 바지 주머니에서 15㎝ 크기의 베이비로션을 찾아냈으나 압수하지는 않고 사진을 찍은 뒤 돌려줬다고 밝혔다. 경찰은 음란행위를 봤다고 처음 신고한 여고생을 추가 조사하려 했으나 부모가 반대해 하지 않기로 했다. 여고생의 가족은 “현장을 본 것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는데 경찰에까지 나가 조사받는 것은 어린 학생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아 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검사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쯤 수행원·운전기사와 함께 관사에 들렀다. 전날 사표가 수리되고 하루 만에 관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약 50분 동안 머무른 그는 관사에서 빠져나오면서 JTBC 등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어디론가 전화를 건 김 검사장은 제주경찰청 승합차에 올라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곤란한 상황에 처할까 봐 이동시켜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검사장은 이후 연세대 법대 동기인 문성윤(52) 제주지방변호사회장 사무실에 들렀다. 관사와 약 300m 떨어진 곳이며 제주지검 바로 옆이다. 문 변호사는 “친구로서 만나 차를 마시며 10분 정도 얘기했다”며 “사건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검사장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온 뒤 지검에 들러 간부들과 인사를 나눈 뒤 서울로 올라간 간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이날 여성 2명을 따라가는 듯한 CCTV 영상에 나온 인물이 본인인지 여부와 해명을 듣기 위해 김 검사장에게 수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진설명=김수창 제주지검장(검사장)이 체포된 지난 12일 제주시 중앙로의 한 건물 CCTV에 기록된 영상. 김 검사장과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성이 두 젊은 여성을 따라가는 듯한 뒷모습과 앞모습이 각기 다른 두 대의 CCTV에 찍혔다. 촬영시간은 음란행위 신고 1시간50분 전인 오후 10시10분이고, 위치는 김 검사장이 체포된 관사 인근 분식집에서 150m 떨어진 곳이다. 김 검사장은 그간 “저녁식사 직후 멀리 산책을 나갔다”고 해명해 왔다. [CCTV 캡처]

제주=차상은·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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