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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 뉴스클립] "학생, 왜 아직 강남에 남아 있는 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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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유진투자증권 교육 애널리스트

난해한 입시를 명쾌하게 정리한 보고서 ‘교육의 정석’(2011년)으로 단숨에 입시판 명강사로 떠오른 이가 있다. 김미연(사진) 유진투자증권 교육 애널리스트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입이 간소화됐다지만 학부모는 여전히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김 애널리스트는 “내 아이를 독하게 평가하고, 전형을 꿰뚫어보면 결코 어렵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그래서 그가 직설적으로 조언하는 고교별로 유리한 전형을 4회에 걸쳐 정리한다. 첫 번째는 일반고다.

특목고를 보내지 못한 학부모를 만나면 ‘지레 포기’한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는다. 실제로 2014학년도에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낸 상위 25개 고교를 보면 대원외고(외고)와 외대부고(자사고)가 각각 96명, 서울과학고(영재고) 92명을 비롯해 하나고·상산고(전국단위 자사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일반고 학부모가 지레 포기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일반고라고 통칭하지만 서울 강남·목동·노원이나 대구 수성, 부산 해운대 등 교육특구 일반고와 그렇지 않은 비(非) 교육특구 일반고로 나눠야 한다. 먼저 교육특구부터 살펴보자. 예를 들어 강남 일반고를 다닌다면 ‘정시 전형’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 정시에선 수능 성적이 가장 중요한데, 강남은 일반적으로 수능 준비를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여기서 인프라란 좋은 학원이 아니라 면학 분위기를 뜻한다. 다같이 열심히 공부하니 학생부 교과, 즉 내신 성적 잘 받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시 전형은 수능 성적이 당락을 좌우한다. 수시에도 길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논술준비를 제대로 했다면 수능최저기준이 있는 ‘수시 일반전형’을 노려봄직 하다.

여기서 유의할 게 있다. 강남 일반고 학생이라고 모두 이 전형에 적합한 건 아니다. 만약 강남 일반고를 다니는데 한두 과목 한두 문제쯤 틀려도 아무 상관없다는 식의 경쟁심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하루빨리 이사할 것을 권한다.

 그렇다면 비 교육특구 일반고 학생은 어떤 전형을 준비해야 할까. ‘수시 학생부 교과 전형’이다. 대입 전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6학년도 대입 선발인원 36만5309명 중 14만181명(38.4%)을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선발한다. 이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신성적이다. 일반고는 특목고·자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신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에 일반고 선택도 나쁘지 않다.

자연계인 의대를 통해 한번 비교해보자. 정시를 노리든 학생부 교과를 노리든 모두 전과목을 잘해야 한다. 하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다. 만약 “공부만 하는 게 쉬워요, 자기소개서 귀찮구요, 비교과(동아리)활동도 싫어요”라고 생각한다면 전형적인 정시전형에 걸맞는다. 교육특구 일반고가 적합하다는 얘기다. 반면 “슈바이처같이 인류에 이바지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면 비 교육특구 일반고에서 수시 학생부 교과를 준비하는 게 낫다. 이런 꿈을 담아 교내 동아리활동과 봉사활동을 하고, 이를 자기소개서에 담으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반고에 다닌다면 ‘수시 학생부 종합 전형’을 노려보는 게 좋다. 교내 비교과 활동을 통해 본인만의 고교 생활 스토리를 만들 수 있어서다. 특히 학업 자체보다 본인이 좋아하는 과목에만 흥미를 갖거나 관련 동아리 조직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학생이라면 비교과 영역을 충실히 채워 학생부종합전형을 뚫을 수있다.

 요즘 대입은 과거의 성적 줄세우기에 비해 분명 복잡하다. 하지만 본인에게 맞는 전형을 빨리 찾는다면 오히려 더 편할 수도 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교육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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