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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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해 여름의 일이다. 평소보다 「아파트」관리비가 3만원이나 적게 나왔다. 이유를 알아봤더니 그전에 관리비를 너무 많이 거둬들였다는 것이다. 그후부터 나는 매월 관리비 수납통지서를 받을 때마다『이번에도 너무 많이 나온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다.
2일자 중앙일보 사회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민영「아파트」보다 주공「아파트」의 관리비가 많다는 것은 도저히 수긍이 안 간다. 우리 집의 경우 지난달 9만원이던 관리비가 이번 달에는 14만원으로 뛰어 올랐다. 주공「아파트」단지는 어느 민영「아파트」단지보다 가구수가 많다.
그런데 왜 적은 가구가 살고있는「아파트」단지보다 더 많은 관리비를 내야하는가? 겨울철이라 난방비가 올랐다는 이유는 호소력이 약하다. 혹시 작년처럼 더 많은 관리비를 거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 동안「아파트」주부들은 관리비 부과에 이상이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개인은 단체나 조직에 무력하기 마련이다.
몇 차례 관리사무소에 가서 따졌지만 그들은 마이동풍(마이동풍)격이었다. 기분 나쁠 정도로 불친절하기까지 했다. 소위 집 없는 서민들에게 주택을 싸게 지어 공급한다는 명분을 갖고 시작한 주택공사가「아파트」관리비 때문에 주민들과 시비를 벌이는 자체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가뜩이나 물가고 때문에 시달리고 있는 주부들에게 또 하나의 괴로움을 주는 것이다. 자고 나면 뛰어 오르는 물가고와 세금, 그리고 일정한 월급봉투, 그 와중에 한번 휩쓸려들면 해가 어느 쪽에서 뜨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어지러워진다. 제발 속이고 속고 하는 숨바꼭질 속에서 삶을 허비하지 않도록 서로가 노력해야되겠다. 보다 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하루속히 왔으면 한다. 임경심<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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